이병복의 까칠한 투자 노트

▲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업의 수익 구조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은행업은 고정비 산업의 대표 격이다. 최근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은행은 고정비가 없는 은행이 등장한다는 걸 의미한다. 과연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은행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과 전략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약 15년 전 증권업도 그랬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를 지낸 필자는 약 15년 전 증권업 관련 리포트를 낸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식 매매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천수답식 증권업은 온라인 증권사가 등장하면 미국이 그런 것처럼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리포트는 어떤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이 리포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령 관심이 있었더라도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 1월에 설립된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다양한 온라인 증권사가 출현하자 증권업의 수익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필자의 예상대로 후폭풍은 거셌다.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지 못한 증권사들은 수익 악화로 문을 닫거나 다른 증권사에 인수합병(M&A)됐다. 살아남은 일부 증권사는 지금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은행업의 처지가 15년 전 증권업과 흡사해 보인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은행의 영업 방식도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예대마진 이외의 수익(은행업 용어로 비이자수익)을 추구하는 은행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요즘 은행이 고민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비이자수익의 목표 달성이다.

인터넷 은행도 대중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의 저서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에 따르면 중국 증권 정보업체 둥팡차이푸東方財富는 가입자 3000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펀드를 팔았다.

중국 최대 홈트페이딩시스템(HTS) 업체인 다즈후이大智慧도 가입자 1억2000만명을 기반으로 인터넷 금융업에 진출, 대박을 터뜨렸다. 8억명의 가입자를 둔 인터넷업체 텐센트騰訊는 금융 솔루션 업체 킹덤테크놀로지金證股彬와 결합, 가입자 8억명에게 초저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3개 컨소시엄이 인터넷 은행 사업신청서를 제출, ‘인터넷 은행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대에 은행업계가 얼마나 대비하고 있느냐다. 15년 전 증권업 종사자들은 증권업이 지금처럼 바뀔 거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예측을 했어도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가 온라인 증권사가 등장하자 증권업 종사자는 줄었고,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직원의 비율이 늘어났다.

인터넷 은행의 등장을 앞두고 있는 은행업 역시 몇 년 후 증권업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은행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주식 시장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업종이 은행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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