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대기실 개방형 전환 후…
2014년 10월 22일 법무부 산하의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항공사운영위원회(AOC)에 한 통의 공문을 보냈다. 제목은 ‘입국불허자 출국대기실 개방형 운영 계획’. 입국 불허 외국인이 모두 송환될 때까지 출국대기실을 개방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에 따른 효과도 설명했다. “인권 침해의 개연성을 원칙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거였다.
출국대기실의 개방형 전환은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2014년 1월 입국 불허 판정을 받고 공항에서 장기 체류하던 한 수단인이 출국대기실에 강제로 머물게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입국이 허가되지 않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근거 없이 가둬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출국대기실의 개방형 전환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법무부가 말한 것처럼 인권 침해의 개연성이 차단됐을까.
가장 달라진 점은 입국 불허 외국인에게 출국대기실 이용동의서를 받는 것이다. 출국대기실 이용에 제한도 뒀다. 하지만 출국대기실이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개방형이 된 건 아니다. ‘출국대기실 입실 후 출국 전에 본인이 희망해 퇴실한 경우’에는 이용을 제한 받는다.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거다.
익명을 원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 무엇이 개방됐다는 것인가”라면서 “외부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갈 수 있는 곳은 면세점이 있는 환승구역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난민의 인권이 이전보다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 법무법인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를 위한 공간을 따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갈 곳은 여전히 출국대기실뿐”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부 측은 “입국불허자가 출국대기실 이용 동의 신청서에 사인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입국불허 외국인이 출국대기실을 제외하고 사실상 갈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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