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또는 축제가 연간 1만1800건이나 열리는 나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행사 10건 가운데 7건의 수익은 제로. 최근 중앙 일간지에 나온 머리기사 중 일부다. 그런데도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은 점점 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추경 제외)은 1조500억원에 달한다. 사실 이름만 지역축제지 실상은 동네 잔치 수준이다.
민선 지자체장의 업적쌓기용으로 축제만 한 게 없으니 효과를 따져 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열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예산의 대부분이 스타 연예인 초청 등에 쓰인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지역축제는 ‘다음을 위한’ 가면무도회와 다를 바 없다. 이젠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지역 축제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다른 나라의 지역 축제는 없을까.
# 사례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다면 8월을 택하라. ‘프린센그라흐트(Prin sengracht)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프린센그라흐트는 ‘왕자의 운하’라는 뜻이다. 이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콘서트가 160여회나 열린다.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운하를 최대한 이용해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암스테르담만의 방식이다.
# 사례2 세계 3대 눈 축제는 퀘벡 윈터 카니발(캐나다), 삿포로 눈축제(일본), 하얼빈哈爾濱 빙설제(중국)다. 퀘벡은 폭설과 얼음 등 지역 특색을 십분 활용,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켰다.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2월 5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 1950년 삿포로 중고생들이 오도리공원大通公園에 눈 조각 작품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삿포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도리공원 1.5㎞ 구간에서 열리는 눈 조각 경연대회, 얼음 조각 경연대회 등에는 매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하얼빈 빙설제는 매년 1~2월 쑹화강松花江에서 열린다. 1963년에 시작된 이 빙설제는 7m 두께의 쑹화강 얼음으로 만든 2000여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티켓 수입 570만 유로(약 85억원)를 포함한 경제효과가 2000억원을 넘는다고 하니 우리가 배울 만한 지역 축제다. 필자는 비즈니스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게 참 많다. 지자체 공무원, 지역 주민, 지역 상인이 혼연일체가 돼 축제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다. 가까운 일본도, 축제의 본고장 유럽도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지역 축제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며 돈 주고 이상한 용역을 맡기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 용역 결과에 따라 말도 안 되는 기획을 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다. 우리의 지역 축제가 왜 별 볼 일 없는지 그 원인을 냉정하게 검토할 때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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