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브레겐츠 페스티벌 공연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의 지역 축제를 보면서 느낀 점이 참 많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지역 주민, 지역 상인이 혼연일체가 돼 축제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지역 축제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며 돈 주고 이상한 용역을 맡기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또는 축제가 연간 1만1800건이나 열리는 나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행사 10건 가운데 7건의 수익은 제로. 최근 중앙 일간지에 나온 머리기사 중 일부다.  그런데도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은 점점 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추경 제외)은 1조500억원에 달한다. 사실 이름만 지역축제지 실상은 동네 잔치 수준이다.

민선 지자체장의 업적쌓기용으로 축제만 한 게 없으니 효과를 따져 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열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예산의 대부분이 스타 연예인 초청 등에 쓰인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지역축제는 ‘다음을 위한’ 가면무도회와 다를 바 없다. 이젠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지역 축제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다른 나라의 지역 축제는 없을까.

# 사례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다면 8월을 택하라. ‘프린센그라흐트(Prin sengracht)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프린센그라흐트는 ‘왕자의 운하’라는 뜻이다. 이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콘서트가 160여회나 열린다.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운하를 최대한 이용해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암스테르담만의 방식이다.

# 사례2 세계 3대 눈 축제는 퀘벡 윈터 카니발(캐나다), 삿포로 눈축제(일본), 하얼빈哈爾濱 빙설제(중국)다. 퀘벡은 폭설과 얼음 등 지역 특색을 십분 활용,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켰다.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2월 5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 1950년 삿포로 중고생들이 오도리공원大通公園에 눈 조각 작품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삿포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도리공원 1.5㎞ 구간에서 열리는 눈 조각 경연대회, 얼음 조각 경연대회 등에는 매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하얼빈 빙설제는 매년 1~2월 쑹화강松花江에서 열린다. 1963년에 시작된 이 빙설제는 7m 두께의 쑹화강 얼음으로 만든 2000여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 사례3 오스트리아 서부의 도시 브레겐츠는 야외 오페라 덕분에 먹고 산다. 브레겐츠 호수 위에 만든 대형 무대에 오페라 공연을 올리기 때문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1945년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보덴제 호수에서 출발한 대규모 야외 오페라 축전이다. 2년 주기로 여름마다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이곳에서 오페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만 연 2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티켓 수입 570만 유로(약 85억원)를 포함한 경제효과가 2000억원을 넘는다고 하니 우리가 배울 만한 지역 축제다. 필자는 비즈니스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게 참 많다. 지자체 공무원, 지역 주민, 지역 상인이 혼연일체가 돼 축제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다. 가까운 일본도, 축제의 본고장 유럽도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지역 축제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며 돈 주고 이상한 용역을 맡기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 용역 결과에 따라 말도 안 되는 기획을 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다. 우리의 지역 축제가 왜 별 볼 일 없는지 그 원인을 냉정하게 검토할 때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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