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불황 어떻게 뚫었나

어떤 불황에서든 꽃을 피우는 기업이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에서도 혁신 기업이 탄생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상품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는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품력만 개선하면 지긋지긋한 부진을 탈출할 수 있어서다. 화장품 업체들은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 편의점이 신선 식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상품 구성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의 소매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때부터 평균 판매단가가 지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짙으면 빛도 강렬한 법.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 페달을 밟는 기업이 나타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상품력이었다.

그 시대의 소비자가 원하는,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상품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급했다는 얘기다. 돈키호테홀딩스, 료힌게이카쿠, 세븐앤드아이홀딩스, 로숀, 피존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대표 기업이다. 돈키호테홀딩스의 디스카운트 스토어 ‘돈키호테’는 슬림한 비용 구조와 빠른 상품 회전율을 강점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할인, 편리성, 쇼핑의 즐거움 등을 제공한다.

 
여기서 기인하는 인기는 높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료힌게이카쿠의 ‘무지루시료힌(무인양품·MUJI)’은 이유 있는 저렴함을 표방한다. 소비자가 차별화된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핵심 역량을 구축한 것이다.

편의점 로숀은 가정간편식(HMR)과 즉석식품 등의 상품력 강화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아용품 전문기업 피존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꾸준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신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품력이 성장의 핵심 원동력이라면 우리나라 시장에도 희망이 있다.

우선 편의점 CU의 운영 업체 BGF리테일은 PB, NPB 등 CU 전용 상품을 통해 점포 효율성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GS리테일도 즉석식품, 신선식품(Fresh Food)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모바일 판매와 생활 가전의 비중 확대에 따른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

화장품 업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 비결

화장품 업체의 성장 가능성도 이런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의 상품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시장을 선도할 만한 혁신 제품을 내세워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있다. 젊은층이 주도하는 전자상거래의 흐름에 적극 대응한 결과다. 물론 끊임없는 혁신과 브랜드 투자가 잇따라야 지금의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화장품 기업들도 경제 정책에 따른 소비 회복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효과로 자신감을 얻고 있어서다. 중국 현지 시장을 목표로 구조조정과 브랜드 쇄신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업체들이 살 길은 ‘상품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게 성장의 제1조건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 jhyang@kbs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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