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정수현(64) 현대건설 사장은 템포가 빠른 CEO로 정평이 나 있다. 건설사들이 꺼려 하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2012년에 진출했다. 최근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에도 과감하게 출사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는데 무리하게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정 사장이 노리는 건 무엇일까.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건설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감한 3차 뉴스테이 사업자(택지) 공모에 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건설사 CEO 조찬간담회에서 “(뉴스테이 사업이) 국가 사업이어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첫 사업은 수원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는 그동안 임대아파트 사업을 외면해 왔다. 고급스럽지 않은 이미지와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이 아직까지 임대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이 뉴스테이 사업에 출사표를 낸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현대건설의 실적을 살펴보자. 이 회사의 실적은 현재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늘어난 8조758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4500억원)은 같은 기간 2.6% 줄었지만 분기별(1분기 2007억원, 2분기 2543억원)로 보면 성장세를 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이 올해 연간으로 매출 19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적 개선의 이유는 주택 시장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식 장기 침체를 걱정하던 국내 주택시장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거래량, 공급, 재고 소진 등 모든 지표가 좋아졌다. 특히 지난해 27만 가구를 넘어선 분양 물량은 올해 40만 가구를 돌파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모두가 ‘주택 분양’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사장은 지금의 회복세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수도권의 주택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을 이끄는 주 소비층이 30~40대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이유가 소득 증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해 대출 문턱이 낮아진 게 주택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주택 시장의 호조가 언제든 악재로 돌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해외 시장도 불안하게 본다. 국제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해외 수주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유가가 크게 내려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공사 발주를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면서 “수주 계획에 비해 많이 부족한 데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주택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정 사장이 뉴스테이 사업 등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정 사장이 고집스럽게 뉴스테이에만 올인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정 사장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현대건설은 정 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2011년 이후인 2012년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진출했다. 수원 광교신도시에 ‘광교레이크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면서 오피스텔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서울 문정동과 위례신도시, 하남시 미사지구 등에 잇따라 오피스텔을 분양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3년에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에도 진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다른 건설사 CEO보다 한 템포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현대건설이 누구보다 빨리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건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정 사장은 벌써 주택시장의 호황 그 이후를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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