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 600일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곧 개관 600일을 맞지만, 성과는 미미해 보인다.[사진=뉴시스]
전통의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건립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오는 11월 10일이면 개관 600일을 맞는다. 개관 초기에 ‘우주선 모양’으로 관심을 끈 DDP는 ‘동대문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DDP 운영주체 서울디자인재단은 “방문객도 많고 수익성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주선이 동대문에 갇혔다”는 좋지 않은 평가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DDP 600일의 성과와 과제를 냉정하게 짚었다.

건립 초기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오는 11월 10일이면 개관 600일, 내년 3월이면 2주년을 맞는다. 첫 성과를 평가 받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눈에 보이는 몇몇 수치는 나름대로 좋은 편이다. DDP 운영 주체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DDP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만 해도 1265만명(9월 30일 누적 기준)에 이른다. 일 평균 2만2751명 꼴로, 2014년엔 연 688만명(행자부 전국 지자체 공공시설 운영 현황)이 이용했다.

국제 명소로 꼽히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MOMA의 방문객이 연간 623만명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개관 이후 운영된 콘텐트도 총 194건으로, 월 평균 10.4건이다. 지난 1월에는 뉴욕타임스가 뽑은 ‘2015년에 꼭 가 봐야 할 52명소’로 선정됐다. 건립 초기에 엄청난 건축비(건축비만 약 5000억원)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성과가 나름대로 괜찮다는 얘기다.

하지만 DDP의 당초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디자인 창조ㆍ지식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느냐를 따져 봐야 한다는 거다. 많은 관람객이 찾은 만큼 수익성을 확보했는지도 관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DDP의 실제 성적표는 기대치를 밑돈다. 수익성이 담보된 것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찾은 주요 방문지 가운데 동대문시장은 49.8%를 기록, 명동(62.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 관광객이 돈을 쓴 곳은 대부분 명동(42.4%)과 시내 면세점(41.4%)이었다. 동대문시장은 21.7%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2013년 대비 3.2% 줄었다. 사람은 몰렸지만 돈은 다른 데 가서 쓴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동대문시장으로 몰린 배경이 DDP 덕인지 대기업 쇼핑몰 덕인지도 알 수 없다. DDP 지하상가와 인근 쇼핑몰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DDP 덕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DDP의 수익은 어떨까. 서울디자인재단이 밝힌 올해 운영수입 예상치는 202억원이다. 전년 대비 57억원 준 수치다. 그나마 올 8월까지 올린 수입 174억원에는 이월금 50억원이 포함돼 있다. ‘수입 뻥튀기’를 한 셈이다.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DDP는 259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서울시가 비용 보전용으로 출연한 81억원이 포함돼 있다.

엄밀히 말해서 지난해 수입은 약 178억원에 불과하다. 서울디자인재단이 발표하는 DDP 운영 실적에 과장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DDP는 토지매입비와 건축비를 합쳐 약 1조원이 들었다”면서 “이 비용을 감안해 수익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익 사업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도 않다. 한 예로 DDP는 디자인장터(3523㎡ㆍ약 1065평)와 살림터(2959㎡ㆍ약 895평)를 각각 GS리테일, 디자인하우스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위탁운영비 명목으로 연 임대료 46억원, 15억원을 받는다. GS리테일은 디자인장터에서 26개 점포를 위탁운영한다. 수익원은 26개 점포로부터 받는 임대료다. 디자인하우스 역시 살림터에서 4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과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수익원이다.

임대관리 ‘나 몰라라’

하지만 서울디자인재단은 GS리테일과 디자인하우스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챙기는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사기업의 회계를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GS리테일과 디자인하우스의 위탁운영 계약이 종료된 후(3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업체를 선정할 때 이전 업체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냈는지 알아야 서울디자인재단이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재산정할 수 있다. 임차인의 사업이 잘되면 임대인인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울디자인재단은 계약 종료 후 부동산감정에 따라 임대료를 책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익률을 끌어올릴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위탁운영업체의 운영 방식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디자인장터의 경우 화장품 매장만 4개가 줄지어 붙어 있다. 화장품을 많이 사 가는 중국 관광객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DDP의 애초 취지인 ‘지역 상권’을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종업체가 몰려 있어서 수익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디자인하우스가 운영하는 살림터도 마찬가지다.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애초 이곳을 신진 디자이너들의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몇몇 기업체의 홍보 부스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 입점주는 “개인이 운영하는 숍은 거의 없고 대부분 업체들이 들어와 있다”고 귀띔했다. 위탁운영을 맡긴 취지가 무색하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요즘 임대시장에서는 단순히 건물주가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만 높게 받아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면서 “건물주가 업종 선정부터 고민하고, 임차인에게는 관련 컨설팅까지 해 줌으로써 윈윈하는 전략이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 하나를 대여하더라도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고, 전시 성공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를 컨설팅해 준다면 수익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많이 치중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DDP가 수익성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대표도 바뀌면서 공익성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향은 옳다. DDP에 혈세가 들어간 만큼 서울디자인재단이 공공성을 강조하는 건 나쁘지 않다. 다만 수익성을 등한시해선 곤란하다. 수익성이 담보돼야 공공의 가치를 더 살릴 수 있다. DDP 유지관리비용이 연간 150억원(2014년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서울디자인재단이 GS리테일과 디자인하우스는 수익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GS리테일과 디자인하우스는 사기업이고, 이들로부터 받는 임대료를 올리는 건 공익과 무관한 일이다.

최근 동대문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 상인들이 ‘동대문 상권을 살리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쇼핑몰마다 분리돼 있던 상인회들도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라는 조직으로 뭉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DDP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동대문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DDP 600일, 안착 성공을 자축할 때가 아니다. 할 일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우주선이 동대문을 열어야 상권이 살고 상인이 웃는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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