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대식 서울풍물시장 상인회장

▲ 최대식 서울풍물시장 상인회장은 “DDP의 가장 큰 역할은 동대문 상권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동대문 상권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의 혈세와 동대문운동장 상인들의 눈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DDP 건설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서울풍문시장’으로 둥지를 옮긴 그 상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대식 서울풍문시장 상인회장을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와 함께 주변 노점들이 정리됐다. 그들은 서울시가 제시한 대로 옛 동대문운동장(축구장)에 새 터를 잡았다. 5년 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터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또다시 동대문구 신설동의 옛 숭인여중 터로 이주해야 했다. ‘서울풍물시장’이 바로 옛 동대문운동장 상인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옛 청계천 상인들이 숨을 쉬는 곳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DDP는 과연 어떤 곳일까.

✚ 청계천이나 동대문운동장에 있을 때보다 손님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동대문 상권이 얼마나 좋나. 서울풍물시장은 대로변도 아닌 골목 안쪽에 있어서 왜 이곳으로 왔는지 모르는 이도 적지 않다.”

✚ 손해 봤다는 생각은 없나.
“왜 없겠나. 2003년에 청계천에서 나가라고 했을 때 천막치고 약 150일 동안 길거리 농성을 했다. 당시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가라고 제안했다. 그나마 동대문운동장은 상권이 워낙 좋았으니까 장사가 꽤 됐다. 서울시의 도움 없이 상인들이 약 6억원을 모아 지붕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놔두고 신설동으로 옮기라고 할 땐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을 어찌 막겠나. 대안이라도 주면 그걸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풍물시장 상인들은 그동안 서울시가 대안도 제시하고, 일정한 비용을 들여서 지원해 준 만큼 서울시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 풍물시장은 자리를 좀 잡았나.
“우리는 원래 노점 상인이었다. 지금은 서울시에 점용료를 낸다. 제도권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뭘 해 달라는 말도 떳떳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오 전 시장이 풍물시장 후문 쪽에 있는 교육청 건물을 헐어서 쓸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서울시의 재정을 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전통시장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 전통시장으로 전환하면 뭐가 달라지나.
“서울시로부터 시설관리비 등을 지원받는데 눈치도 보이고, 상인들을 위해 돈을 쓸 수도 없다. 전통시장이 되면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풍물시장을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벼룩시장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 당신들이 나간 자리에 DDP가 들어섰다.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나.
“서울시의 제안을 따르기는 했지만 우리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돈을 많이 가져가고 적게 가져가는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가 아닌가. 힘들게 결정했지만 어려움을 감수하기로 했다. 잘 활용하면 알찬 효과가 있지 않겠나.”

✚ 어떻게 활용돼야 한다고 보나.
“DDP가 동대문 상권을 살리는 데 기여를 했으면 한다. 상권의 활성화는 상인에게만 득이 되는 게 아니다. 시민과 관광객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풍부해진다. 세수가 늘어나면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DDP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