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DDP는 현재 이자도 못 내는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부동산 계획이 없이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익을 낼 수 없다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추구하는 공익도 실현하기 힘들다.” 지난해 3월 DDP가 개관했을 때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적한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김 교수의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은 듯하다.

✚ 서울디자인재단은 DDP가 올해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울디자인재단이 밝힌 올해 8월까지의 상황만 보자. DDP는 174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138억원을 지출했다. 12월까지 수입과 지출이 각각 202억원을 기록, 균형이 맞을 거라고 말한다. 문제는 여기에 DDP가 실제 수익이 아닌 이월금 50억원이 포함돼 있다는 거다. 그럼 적자다.”

✚ DDP에 들어간 초기비용까지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심각한 상황 아닌가.
“그렇다. 건축비가 약 5000억원, 토지매입비까지 합치면 약 1조원이다. 경영학 관점에서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투자 대비 효용을 따져봤을 때 수익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백번 양보해서 은행 이자율을 2%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이자만 200억원이다. 통상 수익은 매출에서 투자비, 이자 등을 제외한 거다. DDP는 이자도 못 내는 구조라는 얘기다.”

✚ 수익을 못 내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설계 당시부터 주변 상권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한 예로 여의도에 있는 IFC몰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공실이 발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변 상권과의 연결 통로가 없어서다. DDP도 마찬가지다. DDP 지하가 두산타워나 밀리오레, apm과 연결돼 있지 않다. 동선이 엉망이라는 거다. 최근 협의체를 구성해 좀 더 진전된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늦은 감이 있다.”

✚ DDP는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만큼 돈벌이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문제는 서울디자인재단이 돈벌이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자꾸 ‘수익을 내고 있다’고 변명만 한다. 이런 자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돈벌이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하고 건물을 허물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 반대다.”

✚ 무슨 뜻인가. 
“1조원 이상 투입해서 지은 건물을 허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지 않겠나.”

✚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이월금을 수입에 넣어서 수지 타산을 맞추는 걸 멈춰야 한다. 수익성을 액면 그대로 공개하고 수익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서울시에도 이 사실을 솔직하게 알리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 그다음에 ‘서울시 지원을 받지만 잘 운영해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양질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상권을 활성화 해 공익을 실현하겠다’고 해야 한다.”

✚ 수익도 못 내면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공익까지 실현하겠다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건가.
“그렇다.”

✚ 공익만 잘 실현해도 DDP의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보는가.
“세금으로 지은 것 아닌가. 당연히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렇다고 공익 프로그램만 운영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익私益 목적의 대관료는 비싸게 받고, 공익 목적의 대관료는 낮추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돈이 많이 든 만큼 거기에 걸맞은 공익을 만들어 내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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