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블랙 4가지 의문

▲ 카카오는 10월 중에 고급택시 호출을 위한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카카오가 ‘고급택시’를 호출했다. 모범택시보다도 비싼 값의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거다. 이름하여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의 후속작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렇게 고급 택시를 누가 운영하겠는가’ ‘모범택시 시장을 갉아먹는다’ 등의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택시 블랙, 과연 성공할까.

카카오택시가 이르면 10월 중에 고급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선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카카오택시 블랙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배기량 3000㏄급 고급 승용차에 전문 서비스 교육을 받은 정장 차림의 기사가 직접 문을 열어 주고 짐을 받는 등 고급 리무진처럼 운행하는 택시 서비스다. 기본료는 일반 중형택시(기본료 3000원)나 모범택시(5000원)보다 1.5~2.5배 비싼 수준이다. 결제는 카카오가 독자 개발한 카카오페이 자동결제모듈을 이용한다.

고급 택시인 만큼 차량 외관에 택시등燈이나 부착물을 일절 붙이지 않는다. 노란색 번호판을 제외하면 일반 승용차와 구분하기 어렵다. 이 서비스는 크게 세 개 사업자가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서울택시조합), 주식회사 하이엔과 ‘고급택시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서울택시조합은 서울시내 택시회사들의 고급택시 사업 참여를 독려한다. 하이엔은 전문기사 교육 과정과 운영, 기사 및 차량 관리를 담당한다. 택시회사들이 기사를 채용하고 월급을 주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이런 고급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택시 호출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은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이뤄진다.

 
비즈니스 용도로 이용하는 사업자나 안심 택시 서비스를 원하는 중상류층을 주 대상으로 새로운 택시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카카오는 파트너 업체와 제휴해 벤츠E300(93대)과 렉서스ES350(4대) 등 3000㏄급 수입차 100여 대와 전담기사 200여 명을 확보했다. 현재는 서울시의 인가만 남아 있다. 이런 카카오택시 블랙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국내에 첫 도입되는 새로운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택시 산업 전반의 수요층 확대와 다변화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카카오택시 블랙에 채용된 택시운전사의 조건을 개선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양호한 월 보수(약 300만원)을 설정한 데다 택시운전사의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사납금社納金을 없앴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운행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시장에 고급 리무진과 비슷한 수요가 창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카오 블랙의 의문점을 쟁점별로 정리해 봤다.

의문1 | 차별성 있나 = 카카오택시 블랙과 관련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기존의 콜택시나 모범택시 서비스와 무엇이 다르냐는 거다. 카카오 측은 “기본요금과 서비스 방식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 특히 모범택시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영업침해’라는 단어까지 구사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모범택시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고객과 카카오택시 블랙의 중상류층 고객이 겹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모범택시 운전자는 “모범택시도 에쿠스와 같이 국산 고급 차량들을 운행하며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에 노력하고 있는데 굳이 외제차로 승부를 보겠다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의문2 | 수익성 있나 = 모범택시보다 약 1.5배나 더 많은 택시비를 내고 카카오택시 블랙을 찾는 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카카오는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현재 100여 대 수준인 차량을 10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익은 결제수수료를 통해 확보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결제수수료 비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해지더라도 공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물론 무료로 운영하는 카카오택시앱에 비하면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 하지만 카카오택시 블랙이 그동안의 적자를 메우고 실제 수익원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의문3 | 고급 택시 수요 있나 = 카카오는 해외 사례를 예로 들며 이런 전망을 내놨다. “미국 뉴욕이나 중국 베이징北京의 택시 시장 30%는 고급 택시가 차지하고 있다. 고급택시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가 보편화 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택시 블랙이 우리나라 고급택시라는 신규 택시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O2O(온·오프라인 마케팅) 모델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도 반론이 많다. 국내 교통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낙관론이라는 거다. 서울의 면적, 도로 상태, 교통량은 뉴욕이나 베이징과 같을 수 없다. 뉴욕이나 베이징에 비해 교통수단도 다양하다. 이들 해외 도시처럼 고급 택시가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를 달리는 택시는 7만5000대에 이르고 버스, 지하철, 경전철까지 있다”면서 “카카오택시 블랙이 이런 경쟁 구도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의문4 | 카카오페이 통할까 = 카카오택시 블랙은 당분간 카카오페이만을 이용해야 한다. 카카오택시앱에 택시요금을 결제할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요금이 자동결제되는 방식이다. 현금이나 미등록 신용카드는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카카오페이의 이용자가 국내카드 소지자의 20%에 이른다는 점에서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택시 고객이 카카오택시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지는 미지수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발판으로 카카오가 야심차게 준비한 카카오택시 블랙이 넘어야 할 산은 제법 많다. 카카오 블랙, 벌써 시험대에 올랐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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