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KGC인삼공사 사장

▲ 국내에서는 신수요 창출과 홍삼시장 저변 확대를 꾀하고, 해외에서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게 박정욱 KGC인삼공사 사장의 경영전략이다.[사진=뉴시스]
박정욱(51) 한국인삼공사(이하 KGC인삼공사) 사장이 “1조원 클럽 입성”을 다짐하며 지난 10월 12일 새 사령탑에 올랐다. 부사장을 거쳐 입사 26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케팅 전략 전문가. ‘성장 정체’라는 큰 숙제를 떠안은 그는 특히 중국 등 해외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116년간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고려삼’의 명예를 지켜 온 KGC인삼공사에 과연 그가 새바람을 불어 넣을지 주목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업계 최초로 1조원 클럽에 입성하고, 글로벌 종합건강기업이란 비전 실현을 앞당기겠다.” 박정욱 사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포부다. 그는 “116년을 이어 온 KGC인삼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벅찬 설렘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지혜와 실행력이 절실한 때”라는 말도 했다. 자부심과 위기의식을 함께 갖고 출발하겠다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KGC인삼공사는 ‘정관장正官匠 홍삼’을 주 브랜드로 하는 기업이다. 국가 전매품인 담배와 인삼 사업을 하던 한국담배인삼공사의 100% 자회사로 1999년에 출범했다. 인삼사업을 들고 독립한지 17년째로, 연 매출은 8000억원 정도다. 모기업 KT&G 연 매출 4조원 상당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그렇다면 경영 실적이 어떻길래 ‘성장 정체’니 ‘위기의식’이니 하는 말들이 나왔을까.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매출은 2011년 94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12년 8319억원, 2013년 7847억원으로 내려가다가 지난해 8127억원으로 다소 회복됐다(그래픽 참조). 올해 매출 목표 9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회복세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지난해 실적이 턴어라운드(방향전환)를 실현했다. 모두가 어려울 것으로 본 금년 경영목표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영업이익도 매출과 비슷한 추이를 보여 왔다. 2011년 2008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2년 1330억원, 2013년 1249억원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1301억원으로 다소 회복됐다. 올 매출이 회복되면 이익도 개선될 전망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따라서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업계 최초로 1조원 클럽에 입성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면 올해 일단 매출 목표 9000억원을 달성해 1조원 달성의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의 임기가 2년인 만큼 올해와 내년에 성장 정체를 탈피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KGC인삼공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연간 성장률 3%에도 못 미치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비타민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의 출시로 홍삼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박 사장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KGC인삼공사 출범 초기(1999년)에 비해 국내 홍삼 판매 규모가 20배 넘게 컸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해져서 관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홍삼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목표는 성장 정체 탈피

이런 가운데 KGC인삼공사는 부사장이던 그를 최고경영자(CEO)로 승진, 발탁했다. 국내외 마케팅 전략에 전문성을 갖춘 내부 출신이란 점을 중시했다. 사장 인사 발표 당시 KGC인삼공사 측은 “박 사장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글로벌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갈 적임자”라고 자평했다. “소비자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 고객의 기호에 부합하는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홍삼시장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에 입사해 26년 동안 KT&G 마케팅 본부장, KGC인삼공사 국내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쳤다(그래픽 참조). 정ㆍ관계 교섭 능력은 좀 약할지 몰라도 해외마케팅 등에서의 전문성은 기대할 만하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였다.

그렇다면 ‘박정욱호號 KGC인삼공사’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띄게 될까. 그는 취임사를 통해 “KGC인삼공사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높이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JET라는 3대 경영 지침도 내놓았다. ▲신바람 나는 경영으로 즐거운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Joy) ▲프로정신에 입각한 고품질 경영에 힘쓰자(Expert) ▲상생 기반의 경영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자(Together) 등이 그것이다. 이런 지침 아래 국내에서는 신수요의 지속 창출과 홍삼시장 저변 확대에 힘쓰고, 해외에서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KGC인삼공사의 내수와 수출 비중은 대개 85대 15 정도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확보 여부가 향후 성장의 핵심 관건이다.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해 매출 신장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 성공 모델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게 해외시장 공략의 골자”라는 말도 했다. 그는 또 “올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방한 때 박근혜 대통령이 선물한 천삼 세트가 면세점 등에서 1500만원에 팔렸는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사업과 관련, “무엇보다 현지화 모델 정착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에도 자체 홍삼이 있지만 우리는 고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홍삼 소비 영역 개척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수험생을 위한 ‘아이패스(iPASS)’(2001년), 어린이 건강식품 ‘홍이장군’(2004년), 홍삼 미용비누 ‘진스파’(2006년) 등을 통해 다양한 제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한 바 있다. 나아가 스파G(홍삼스파), 카페G(홍삼카페), 홍삼화장품 등을 통해 홍삼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고 이를 내수 돌파구로 삼을 방침이다. 최근 홍삼과 녹용을 결합해 만든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천녹삼’을 출시, 지난 7월 말 8개월 만에 누적판매 1만 세트를 돌파하는 실적도 쌓았다.

 
홍삼시장 저변 확대에 주력

1899년 대한제국 궁내부 삼정과에서 출발해 116년 동안 ‘고려삼’의 전통을 지켜 온 ‘정관장 홍삼’은 글로벌 명품 반열에 올라 있다. 인삼종주 기업인 KGC인삼공사는 세계 최고의 품질과 평판 유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재 전국에 1300여 개의 유통망을 두고 있고,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상하이), 대만(타이베이), 일본(도쿄), 미국(로스앤젤레스) 등에는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새로 선장 자리에 오른 박 사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인삼종주국의 명예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 아닐까.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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