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 도입될까

▲ 전문가들은 자동차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한국형 레몬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는 새 차가 반복해서 고장이 나도 교환ㆍ환불을 받기가 어렵다.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소비자가 찾아야 할 때도 많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신차 구입은 복불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다르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레몬법’이 있어서다.

“지금은 피해자인 자동차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한국형 레몬법을 제정해야 한다.” ‘자동차 교환ㆍ환불 소비자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오길영 신경대(경찰행정학) 교수의 주장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제품 결함에 대한 제조사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소비자의 질타가 쏟아졌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고개를 든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레몬법은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당시)이 자동차 업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소비자보호법이다. 이 법의 골자는 차량 구입 후 1년 또는 주행거리 1만2000마일(1만9312㎞) 미만인 차량에서 4번 이상 결함이 발생하면 신차로 바꿔 주거나 전액 환불해 주는 것이다. 소비자가 오렌지를 샀지만 알고 보니 신맛이 강한 레몬으로 드러나 낭패를 봤을 때 제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레몬법’으로 불린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관련법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은 신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교환 및 환불을 해 주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결함의 중대함을 결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 고시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3만개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에서 소비자가 결함을 찾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징벌성 손해배상제를 받아들인 미국에선 같은 부품이 두 번만 고장 나도 (업체에 책정되는) 벌금이 엄청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소비자 중심에서 어떻게 보상을 해 주느냐에 따라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지고 다시 그 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한국형 레몬법 도입이 오히려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시장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레몬법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차남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교통안전팀 팀장은 “레몬법을 입법화함에 따라 분쟁 해결을 위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현행 기준의 모호한 지점만 보완해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용국 한국수입차협회 이사는 현재의 법안들이 제기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 이사는 “현재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합의하고 있지만 새로운 법안이 제출되면 법정 분쟁이 증가, 사회비용이나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와 사업자 간 합의를 자율로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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