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한편에선 소비를 활성화시켜서 국내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선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 덜 쓰고, 나누자고 말한다. 우리의 애먼 소비자들은 어느 쪽 말을 따라야 할까.

▲ 책임이나 나눔만을 강조하는 소비로 경제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몇 년 전의 일이다. 출근길에서 들은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 어려운 국내 자동차 업계를 살리기 위해 자동차를 사 주자고 주장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날 오후에는 치솟는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을 들었다.

차가 한 대 더 필요한 필자는 그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소비자들은 돈을 가능하면 많이 써야 하나 아껴야 하나가 고민스러울 것 같다. 경제 기사를 보면 내수가 늘지 않아 경기 회복이 더디단다. 그래서 광복절 전날을 임시 휴일로 지정해 쉬는 날을 늘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해서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아우성인 것이다. 급기야 10월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까지 만들어서 국가 차원의 세일 행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환경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소비자의 규범으로 제시한다.

 
생활이 어려운 후진국 사람들의 소비 수준을 선진국 정도로 끌어올리려면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 가능하다는 주장도 한다.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 잘사는 우리가 조금 아끼고, 덜 쓰고, 나누자는 것이다.

지난 16일 한국소비자학회가 개최한 제1차 ‘CONSUMER INSIGHT ACADEMY’에서도 ‘소비자 권익과 주권을 연구하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쓰라고 하는 것이 마땅한가’ ‘지구를 위해 아끼고 절약하라고 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이왕이면 돈을 쓰되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방향으로 쓰자’라는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포럼은 끝이 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올바른 컨슈머십(con sumership)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헛갈린다. 무엇이 개인 소비자와 사회를 아울러 성장하게 하고 소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만드는 권장재란 말인가.

개인 소비자가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최소한의 비용으로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책임이나 나눔만을 강조하는 소비로 경제를 살리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의 마음에 숨어 있는 이타심을 잘 활용하면 책임이나 나눔을 강조하는 소비로 경제를 어느 정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 친구나 이웃, 우리 마을을 위한 소비를 하게 만들자는 얘기다. 더 나아가 유교에서 말하는 동심원적 사랑의 원리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하는 행동 지침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얼마 전에 일이 있어 인천국제공항엘 다녀왔다. 이 불경기에 해외에 나가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놀랐다.

해외여행을 하면 비행기 값에 숙박비에 쇼핑에…. 평균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정도는 쓸 텐데 싶었다. 마음 불편하지 않게 ‘속초나 목포보다 형편이 어려운 방글라데시나 에티오피아의 어느 도시에 돈을 쓰러 가나 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