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지는 부동산 탈강남 현상

▲ 서울 강북권과 중소 도시에서의 아파트 임대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임대시장에 탈강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모든 부동산은 ‘강남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나온 부동산 시장의 오랜 격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이전과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탈강남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임대료가 다소 높은 강북권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탈脫강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를 팔아 강북권의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월세를 놓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큰 집이 필요하지 않은 은퇴 세대들이 주요 투자자다. 서울 도심권 및 강남권에 집중돼 있는 상가ㆍ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도 인천, 경기 부천시 및 시흥시를 비롯한 수도권으로 투자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탈강남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수익 구조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강남의 부동산 시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덕분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정된 월세 수입을 겨냥한 ‘월세 재테크’로 투자 흐름이 변했다. 비非강남권의 임대 수익률이 강남권보다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평균 임대수익률(각종 세금, 거래와 보유에 따른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수익률)은 4.04%다. 임대수익률 상위 지역은 대체로 강북권에 몰려 있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임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4.02%)다. 한국은행 기준금리(1.5%)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어 중랑구(3.91%), 서대문구(3.81%), 도봉구(3.80%), 동대문구(3.70%) 등의 순이었다. 투자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용산구(3.32%)는 3%대 초반의 임대수익률을 보였다. 반면에 강남권인 서초구(2.94%), 송파구(2.85%), 강남구(2.76%), 강동구(3.03%) 등은 연 2%대 후반에 그쳤다.

흥미롭게도 강남권의 임대수익률은 수도권보다도 낮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아파트 평균 임대수익률은 각각 4.07%, 3.98%로 나타났다. 포천이 5.66%로 수도권에서 임대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여주(5.55%), 이천(5.13%), 동두천(5.09%), 안성(5.06%), 인천 남구(4.31%), 인천 동구(4.30%), 인천 계양구(4.28%) 인근도 높은 편이었다. 인천 중구(3.36%), 광명(3.2 3%), 성남(3.48%) 등은 3%대 중반 수준이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임대수익률이 이렇게 낮은 건 아파트 분양가나 매매 가격이 비싸지만 월임대료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탈강남 현상이 가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남권의 중대형 한 채 아파트 값이면 강북 지역 소형 아파트를 두 채 이상 살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손에 쥐는 월세 수입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수도권보다 낮은 강남 임대수익률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 역시 강남권보다 강북권이 더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서울에서 오피스텔 평균 임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금천구와 강북구로 조사됐다. 각 6.2%였다. 강서구(6%)와 동대문구(6%)도 서울 평균 수익률(5.29%)을 웃돌았다. 반면에 강남구(5%)ㆍ서초구(5.2%)는 간신히 5%에 턱걸이했다. 서울 전체 평균 수익률보다 낮은 수치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강남 지역의 유동인구가 줄면서 상가 월 임대료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남역 주변의 2분기 월 상가임대료는 1분기보다 3.2% 줄었다. 압구정(-2.0%), 삼성역(-0.5%) 상가의 월임대료도 직전 분기보다 줄었다. 반면에 이태원(19.3%), 종각역(11.7%), 광화문(4.4%), 홍대(1.2%) 등 강북권의 월 상가임대료는 상승했다.

최근 각광받는 이태원 경리단길 상권은 1㎡당 월임대료가 12만~13만원에 이르는 상가도 많다. 종각역은 젊음의 거리, 그랑서울 일대 등에 유동인구가 꾸준해 월임대료가 6000만원을 호가하는 상가도 있다. 이들 지역은 강남권에 비해 몸값이 싸면서도 안정된 상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탈강남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은 임대료만이 아니다. 강북 지역 소형 아파트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비싼 전셋집을 피해 저렴한 강북 지역의 월세를 찾는 이가 늘면서 오피스텔 못지않은 탄탄한 임대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형 아파트를 찾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전용 60㎡(약 18평) 이하 신규 소형 아파트를 5년 이상 임대하면 취득세가 면제되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감면된다.

최근엔 부분임대형 아파트도 인기다. 이는 아파트 한 채의 공간을 분리해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아파트다. 실거주와 임대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연 5~6%대의 오피스텔 수익률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아파트는 오피스텔에 비해 감가상각이 덜하고 환금성도 높다. 실제로 3억원 이하 아파트의 전국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4.45%로 전체 평균인 4.04%보다 높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3.85%, 경기 4.42%, 인천 4.15%, 지방 4.67% 등이었다.

강북권 투자도 주의할 점 많아

이처럼 탈강남 현상이 뚜렷하지만 강북권 투자도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공실 위험’을 대표로 들 수 있다. 학군 수요가 꾸준한 강남권과 달리 강북권은 입지에 따라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이나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단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분양가나 매매가격이 오를 경우 계산한 만큼의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환금성, 공실률, 수익률 등을 고려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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