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택과 집중 … 롯데, 경쟁력 강화

▲ 롯데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사업 부문 계열사를 모두 사들이는 빅딜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대형 빅딜이 또 터졌다. 주인공은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다. 롯데가 삼성의 화학사업 부문 계열사를 3조원에 인수하는 내용이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 롯데는 ‘경쟁력 강화’를 각각 선택했다. 두 그룹은 향후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삼성의 화학 부문 3개 계열사를 매각ㆍ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지난 10월 30일 삼성SDI 등 삼성그룹 화학 부문 관련 계열사와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 화학계열사 지분 매각과 인수 안건을 각각 의결했다.

롯데케미칼은 먼저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 삼성SDI가 케미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설립하면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넘기기로 했다. 지분 90%는 즉시 매각하고 나머지 10%는 3년 후에 넘길 예정이다. 매각가는 2조5850억원이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를 인수한다. 여기에는 삼성정밀화학 자회사인 삼성BP화학 지분 49%도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 가격은 4650억원. 롯데그룹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두 그룹 간 빅딜의 바탕에는 핵심ㆍ주력 사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깔려 있다. 삼성그룹은 줄곧 전자ㆍ금융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진행해 왔다. 삼성이 화학ㆍ방산 사업을 정리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11월 1조9000억원을 받고 방위사업과 화학 계열 4개사를 한화그룹에 팔았다. 이번 빅딜로 삼성은 나머지 계열사까지 매각, 사실상 화학 부문 사업에 완전히 손을 떼는 셈이다. 그 대신 삼성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도 사업 개편 의지가 강했다. 롯데의 주력인 유통 사업이 국내 소비 침체로 몇 년 동안 성장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화학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동력 사업으로 선정한 이유다. 여기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신 회장은 실제로 석유화학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이는 신 회장이 1990년 한국 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 처음 찾은 곳도 이 회사였다.

2000년대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해 롯데를 석유화학산업의 강자로 올려놓은 이도 신 회장이다. 2012년에는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롯데케미칼을 성공리에 출범시켰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의 사업 구조에는 약점이 있었다. 경기가 침체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범용 제품 위주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빅딜로 롯데케미칼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화학 계열사 주력이 전자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전기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부문에서 국내 2위, 세계 6위의 시장점유율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고충격ㆍ고강성 내외장제로 쓰이는 PC 부문에서는 국내 1위, 인조대리석 부문 국내 1위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롯데케미칼의 인수는 긍정적이다”면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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