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기업의 분식회계로 인한 피해는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사진=뉴시스]
기업이 고의로 부실을 숨기다 문제가 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해당 기업의 주주ㆍ채권자ㆍ종업원 등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서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든 경제는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계기업의 CEO들이 분식회계의 유혹에서 하루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부실을 감추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경제가 한 사람의 몸이라고 가정할 때 CEO의 이런 행위는 암세포를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산하는 것이다. 여성이 화장으로 본인의 외모를 돋보이려고 하듯 재무제표를 치장해 좀 더 좋게 보이려고 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손실은 줄이고 이익은 과대 포장해 부실한 기업을 튼튼한 기업인 것처럼 치장하는 것이다.

이런 분식회계가 가능한 것은 재무제표의 작성이 CEO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도둑에게 재물을 맡겨 놓은 것과 같다. 문제는 이 자료를 기반으로 국민과 협력업체, 금융회사가 거래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여기 흑자로 치장된 부실기업이 있다. 자금결제 능력을 상실, 부도 지경의 상태다.

이 기업은 자전거 바구니에 시한폭탄을 담고 달리고 있다. 힘껏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쓰러져서 폭탄이 터진다. 그렇다고 페달을 계속 밟으면 살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터진다. 그저 분식회계를 주도한 CEO가 타고 있을 때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순간 피해는 경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다. “신용평가기관은 회사의 재무제표에 근거해 신용평가를 한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믿지 못한다면 신용평가 결과도 믿기 어렵다. 이런 불신은 국가경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이 기업은 주주들도 늪에 빠뜨린다. 주가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갖고 있던 채권자들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의 대출채권은 부실채권으로 전락한다. 이 기업의 종업원도 피해를 본다. 언제든 정리해고를 당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부품을 이 기업에 제공한 하청 회사들은 공급대금을 받을 수 없어 줄도산을 우려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경제가 움츠러들고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는다. 이런 가운데 누군가는 자살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분식회계를 주도한 CEO에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도 무방할 게다.

지난날 무너진 기업을 보면 어김없이 부실을 감추다가 무너졌다. 필자(전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가 다닌 대우그룹도 1999년에 사실상 부도가 났다. 하지만 당시 주가는 10만원을 상회했고, 회사채를 30조가량 조달할 수 있었다. 분식회계 덕이었다. 현재 무너지고 있는 기업의 CEO가 반드시 지켜야 될 사자성어가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암세포는 조기에 수술로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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