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바꾼 관념들

▲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던‘샤오미’가 최근엔 ‘대륙의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직도 샤오미가 ‘애플의 짝퉁’으로 보이는가. 만약 그렇게 보고 있다면 당신은 실수한 거다. 샤오미는 더 이상 짝퉁이 아니다. 리딩 브랜드를 쫓는 추격자도 아니다. IT 세상을 뒤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발돋움한 지 오래다. 그들이 바꿔 놓은 것도 많다. ‘저가 스마트폰의 범람’, 샤오미가 이뤄 낸 것이다.

“대륙의 실수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바꿨다.” 미국 경제 전문 사이트 쿼츠는 10월 21일(현지시간) 샤오미가 2011년 스마트폰 판매에 나선 이후부터 나타난 변화를 언급하며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쿼츠에 따르면 샤오미는 예상보다 뛰어난 스마트폰을 저가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짧은 시간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올 3분기 들어 화웨이에 추월 당하긴 했지만 샤오미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테크놀로지마켓리서치가 내놓은 9월 중국 본토 스마트폰 판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19%를 차지했고 중국 토종기업인 화웨이는 17%대, 샤오미는 16%대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4%대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삼성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애플과 함께 1~2위권을 달렸지만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세계시장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휴대전화 6100만대를 팔았다. 1년 전 1870만대보다 3배 이상 늘었다. 2010년 휴대전화를 출시한 이후 단 4년 만에 이룬 눈부신 결과다.

샤오미가 무서운 건 판매량 때문만이 아니다. 이 업체가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보통신(IT) 트렌드를 바꿔 놓은 것도 많다. 첫째 변화는 ‘저가 트렌드’다. 한때 300달러를 웃돌던 스마트폰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은 샤오미가 세계 시장에 등장한 2014년에 201달러까지 떨어졌다. 샤오미가 저마진·고스펙 모델로 저가 바람을 일으킨 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CEO는 이 전략을 무기로 하여 유통망을 전 세계로 넓히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놓은 주인공도 샤오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샤오미가 신제품 미노트를 앞세워 스마트폰업계 거인인 애플과 삼성전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면서 “미노트는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 제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미노트의 소비자 가격은 40만원대에 불과하다.  둘째 변화는 판매 방식이다. 샤오미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제품을 얼마든지 팔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줬다. ‘이동통신사를 거지치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SNS에 제품을 미리 개시한 이후 소비자 호응 살펴본 후 생산에 본격 돌입’ 등 샤오미의 특유한 전략은 세계 시장에 놀라움을 던졌다.

스마트폰 콧대 꺾은 ‘저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샤오미가 삼성보다 기술력이 뛰어나 1위를 한 게 아니다”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샤오미가 성공한 이유는 철저하게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 데 있다. ‘마니아’ 소비층과의 지속된 교류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기능과 시스템을 충분히 듣고 이를 충족하는 기술을 시장에서 찾아 제품을 생산한 게 알찬 열매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샤오미가 돈을 많이 풀어야 성공한다는 전통의 마케팅 전략에 경종을 울렸다고 본다.” 샤오미의 소비자 지향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사례는 ‘헝거 마케팅’이다.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물량만 판매하는 이 마케팅으로 샤오미는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 갔다. 지난 1월 출시된 샤오미 미노트가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운 건 ‘헝거 마케팅’의 백미였다.

샤오미의 이런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고, 샤오미는 물론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무서운 건 올해에 더욱더 맹공을 펼친 거란 거다. 올해 1억대의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목표를 정한 레이쥔은 전 세계로 유통망을 넓히기 시작했다. 샤오미의 단가를 낮추는 전략은 강화되고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샤오미는 저가 전략 범위를 다양한 제품으로 넓히고 있다.

샤오미 전략, 일상 파고들어


11월 초 판매를 앞둔 전동휠(차세대 이동수단)인 ‘나인봇 미니’의 가격을 대표로 들 수 있다. 무게 중심을 바꿔 가며 방향을 조절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작도 할 수 있는 이 제품의 가격은 1999위안(약 35만원)에 불과하다. 최초로 1인용 전동스쿠터를 개발한 미국 세그웨이사 제품 가격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60인치 초고화질 TV 가격도 우리 돈으로 약 89만원이다.

같은 크기의 국산 제품값 절반도 안 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가전 제품까지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가로 무장한 샤오미는 앞으로 일상을 파고드는 전략을 더욱 매섭게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의 IT세상은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가격 인하의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샤오미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은 ‘게임체인저’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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