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서정훈 제너럴바이오㈜ 대표

당기순이익이 매출액의 15% 이상인 회사가 영업이익률을 30% 수준으로 높이려 제품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코스닥 시장 등록을 준비 중인 이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하면 사회적기업으로는 첫 코스닥 등록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완주군의 제너럴바이오 이야기다.

▲ 서정훈 제너럴바이오㈜ 대표는 “R&D 전문 기업이나 제조업체는 운영 방식을 바꾸면 수익을 잘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사진=베티카 제공]
“때가 되면 소셜 재벌도 나와야죠. 그 회사가 소셜 벤처에 투자도 하고요. 제가 소셜 제품을 취급하는 ‘공정다단계 유통회사’ 지쿱을 차린 것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소셜 벤처들의 판로가 마땅치 않아요. 소셜 생태계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주도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바이오 연구개발(R&D) 전문기업을 자처하는 제너럴바이오 서정훈(41) 대표는 “후배 사회적기업가들과 어울리면 ‘우리 열심히 벌어 소셜 재벌 한번 되어 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제너럴바이오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친환경 주방·세탁 세제 등 생활용품, 바이오 식품, 기능성 화장품 등을 만든다. 주름살 개선용 화장품 리프팅겔은 독일의 유명 화장품 업체 클랩 코스메틱사에 납품한다. 지난 2월엔 높은 점수로 글로벌 사회적기업 인증인 ‘비코프(BCorp· Benefit Corporation)’를 받았다. 전 세계 1400여 개의 비코프 인증 업체 중 7위에 랭크됐다.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중 비코프 인증을 받은 곳은 두어 곳에 불과하다.

서 대표는 “사회적기업 최초로 내년에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촌’에서 태어난 사회적기업이 세계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 코스닥 진입까지 벼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지원 받은 인건비도 전액 기부했다.

✚ 독일 클랩 코스메틱사에의 납품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유럽연합에서 가장 유명한 에스테틱(피부관리) 체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지난해 말 시작했는데 올해 3억원어치 이상 납품할 거로 예상합니다.”

✚ 비코프 인증 업체 순위 7위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요?
“인증이니까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인증을 받으려면 80점 이상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162점 받았어요. 당초 미국에 수출을 해 보려 루트를 알아보던 중 비코프 인증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당시엔 1200개가량 되는 비코프 인증 업체 중에 100위권 안에 드는 한국 사회적기업이 없었어요. 국내에도 우리 회사를 포함해 좋은 사회적기업이 적지 않은 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 상위권에 들어간 겁니다. 비코프 인증 업체 순위를 국내에서 알아주는 건 아닙니다.”

 
✚ 어떤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나요?
“지역에서 나는 원료를 사들여 제품을 개발한 후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 내다팝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또 지역 사람을 고용하고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도 하죠. 이런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거부터 사용해 온 유해한 원료를 배제하고 천연 원료에 기능성을 부여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 사회적기업이지만 임금 체불 없고 사내 복지가 잘돼 있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성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연구원들이 일주일에 90시간 이상씩 일합니다. 비취약계층이 취약계층을 위해 더 무거운 짐을 져 거둔 성과죠. 우리가 외부 투자를 유치한 후 기업공개까지 하겠다니까 주변에서 걱정을 합니다. 사회적기업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냐고 묻는 분도 있어요. 저는 사회적기업도 기업하는 환경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야 소셜 섹터의 후발 주자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어요. 우리가 상장에 성공해 투자자들이 제대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후발 사회적기업들이 우리 케이스를 연구해 나름대로 성장하죠. 사회적기업도 영리 기업 못지않게 잘되는 회사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 이참에 사회적기업을 ‘졸업’하고 영리기업으로 전환하는 건 대안이 아닌가요?
“지금도 매출액 대비 15%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냅니다. 영리 기업과 견줘도 나쁘지 않은 수익 실적이죠.”

✚ 사회적기업인 데도, 아니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비결이 뭔가요?
“R&D 전문 기업이나 제조업체는 운영 방식을 바꾸면 수익을 잘 낼 수 있어요. 우리 회사는 R&D로 사회를 혁신하자는 게 모토인데 정부 사업을 잘 활용해 부가가치를 올립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을 개발 중인데 이게 정부 과제에 들어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과 관련해 막대한 수요가 생겨나겠지만 사회적으로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거로 예견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가 좋은 제품을 개발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겁니다.”

제너럴바이오는 코슈메티컬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에스테틱 쪽에서 시술용으로 쓰는 제품을, 독보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본 것이다. 서 대표는 이런 시도가 가능한 건 상품 기획력과 기술력이 받쳐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차 코슈메티컬의 비중을 50%로 키우고 식품 20%, 생활용품 30%로 구조조정하면 영업이익률을 30% 수준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제너럴바이오의 구성원은 45명이다.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이 12명, 경증장애인도 더러 있다. 취약계층 비율은 72%. 제조 중심이 되지 않으려 취약계층이 일하는 별도의 회사를 두 곳 창업했다. 설비투자,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물건을 팔아 주지만 그의 지분은 없다. 그는 R&D 전문 기업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생산량의 비중을 70%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연구직은 9명으로 구성원의 20%. 다른 사회적기업들의 제품 개발을 돕고 품질 및 공정 개선과 관련한 지원 및 컨설팅도 한다. 그는 이 일을 제대로 해보려 사회적기업품질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 서정훈 대표는 “소비자가 기부하는 심정으로 사회적기업의 조잡한 물건을 비싼 값에 산다면 사회적 경제는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베티카 제공]
✚ 제너럴바이오는 정년이 몇 살인가요? 노인 고용과 관련한 복안도 있나요?
“정관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66세입니다. 현재 최고령자는 62세인데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66세까지 근무할 겁니다. 노인 고용을 늘리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우리가 원료를 사들이는 협동조합엔 고령자가 많습니다만. 유통 쪽에서 그런 모델을 만들려고 고민 중입니다.”

그는 LG전자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일중독자로 사느라 아이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걸 몰랐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연고지도 아닌 전북 완주로 내려왔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는 순간 여기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힘들었지만 일이 잘 풀렸다. 취약계층을 고용했다. 아예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을 하지만 일의 내용이 달라졌다. 그는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업계의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는 게 제너럴바이오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R&D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차별성도 살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사회적기업가는 어떻게 달라야 합니까?
“일반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기업가정신을 갖추고 추가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마인드를 장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안주하려야 할 수가 없죠.”

✚ 사회적기업가가 일반 기업가보다 더 치열해야 한다는 거군요?
“사회적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아 제품도 괜찮고 윤리의식도 있는 회사겠네’ 라고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소비자가 사회적기업 제품이라고 하면 마치 기부하는 심정으로 조잡한 물건을 비싼 값에 삽니다. 이대로 가면 사회적 경제는 공멸할 수밖에 없어요. 사회적기업도 엄연히 기업인데 제품력을 제대로 못 갖췄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죠. 그래야 시장 원리에 맞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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