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맞은 SPC 허영인 회장

‘파리바게뜨’로 대표되는 SPC그룹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허영인(65) SPC그룹 회장은 이를 기념해 지난 10월 28일 기념식을 개최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전 세계 매장수 1만2000개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거다. 허 회장은 지금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을 닦고 있다.

▲ 허영인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한국의 맛으로 세계경영을 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사진은 2012년 베트남 1호점에 방문한 허 회장. [사진=뉴시스]
“작은 빵집인 ‘상미당’에서 출발한 SPC그룹은 품질 제일주의와 창의적 도전을 바탕으로 성장, 세계 최고의 베이커리 기업이 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8일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SPC에 대한 허 회장의 자신감과 긍지가 읽힌다. 현재만 자화자찬한 것도 아니다. 그는 SPC의 미래를 입에 담았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에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SPC그룹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빚은’ ‘잠바주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SPC그룹의 매장수는 국내에 6000여개, 해외 5개국에 190여개 정도다. 그룹 매출은 4조원 수준이다.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으로 우뚝 선 SPC의 매출과 매장수를 15년 뒤 각각 5배,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게 허 회장의 플랜이다. 파리바게뜨를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처럼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허 회장에게 남다른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기본’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품질 제일주의와 창의적 도전이다. 그 중심에는 2012년에 출범한 ‘이노베이션 랩’이 있다. 이는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되던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합한 ‘SPC의 R&D 요람’이다. 이노베이션 랩에선 매월 평균 500개 이상의 신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이 랩을 중심으로 SPC가 R&D에 투자한 금액은 2014년 기준 50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허 회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 그는 “2030년까지 R&D 분야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혹자는 ‘허 회장이 못 오를 나무(맥도날드)에 애먼 도끼질만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맥도날드처럼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탄생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허 회장을 무모한 ‘돈키호테’로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가 일궈 낸 성과가 ‘제빵업계의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계추를 1945년 광복 공간으로 돌려 보자. SPC그룹의 창업자인 허창성 전 명예회장은 황해도 옹진에 작은 빵집 ‘상미당’을 열었다. 3년 뒤인 1948년에는 더 큰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기 위해 서울 을지로4가로 둥지를 옮겼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호황을 누린 상미당은 1959년 용산에 ‘삼립제과공사(현 삼립식품)’를 세웠다. SPC그룹이 기업 형태를 갖춘 첫 사례였다.

파리바게뜨 이름에 담긴 경영 철학

 
이후 기업을 성장시킨 주인공은 허 전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허영인 회장이다. 그는 제조업 중심이던 제빵업에 프랜차이즈를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다른 프랜차이즈 사업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제빵왕’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실 빵을 향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남달랐다. 스무살이 되던 해인 1969년 삼립식품에 입사한 허 회장은 1981년 돌연 미국제빵학교(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 입학했다. 선진 제빵기술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었다는 게 허 회장의 말이다.

그로부터 2년 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독자 경영을 본격 시작했다. 삼립식품의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한 계열사 ‘샤니’를 독립시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샤니의 핵심 사업이던 양산빵 외에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해 회사를 일으켰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로 외식 산업의 다변화를 예상한 결과다.

이 가운데 SPC그룹을 중견기업으로 우뚝 세운 브랜드는 파리바게뜨다.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해 빵의 품질을 고급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허 회장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베이커리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당시 유명 베이커리들의 이름이 고려당, 독일빵집, 뉴욕제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리바게뜨’는 파격이었다.

회사 안팎에서도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다는 아우성이 많았다. 하지만 허 회장은 이름에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 회장은 2004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총 8개국에 ‘파리바게뜨’를 상표 등록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은 지금도 품질과 글로벌 트렌드를 강조한다”면서 “이는 파리바게뜨를 만들 때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SPC 정신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 허 회장이 강조하는 게 하나 더 생겼다. 사회적 책임이다. SPC그룹은 가맹점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가맹점 자녀 장학금 지원, 가맹점 대표 MBA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PC 행복한재단’을 통해 소외 계층을 위한 여러 사회 공헌 활동도 펼친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의 맥도날드 꿈꾸다

허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공헌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농어촌 지역, 사회적 약자 또는 소외 계층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나눔과 상생을 적극 펼치자”고 말했다.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가진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 허 회장이 밝힌 SPC의 새로운 플랜이다. 이를 발판으로 허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을 열자”고 말한다. 제빵왕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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