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암에 걸린 환자는 왜 치유되지 못할까. 의학의 힘을 의심하게 하는 질문이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이해되지 않는 일이 참 많은 게 삶이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암이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전립샘암 초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가 보니 담당 의사가 이튿날 있을 수술에 대해 환자와 가족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전립샘에 문제가 있으니 발본색원 차원에서 떼어 내겠다는 것이다. 곧이어 수술 방법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배를 가르는 게 아니라 몸에 몇 군데 천공을 내고 밤알 만한 전립샘을 들어내겠다는 게 설명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전립샘을 반드시 꺼내야 하는지, 꺼낸 후 몸이 겪게 될 생리 변화는 어떤지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듣다 못한 필자는 환자에게 조용히 제안했다. “형! 제가 아는 상식으로 전립샘암은 진행이 느리다고 합니다.

더욱이 초기라 하니 술과 고기를 좀 줄이고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면서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냥 집에 가시죠?” 당장 내일 아침에 집도할 의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자도 암이지 않으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튿날 아침 수술은 3시간여에 걸쳐 예정대로 진행됐다. 정액 성분의 일부를 만들어 내는 밤알만 한 기관을 떼어 낸 환자는 퇴원했고, 그 대가로 병원은 2000만원을 받았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주사위를 던지듯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암과 관련한 가슴 아픈 일은 무수히 많다. 얼마 전 처외삼촌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후 그분의 막내아들이 또다시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병원에서 행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고 병원의 관리 지침을 철저히 지켰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대장암 투병 3년 차이던 막내아들의 나이는 마흔셋에 불과했다. 소화 기능이 상실됐다고 판단한 병원이 물을 포함한 일체의 음식을 금한 터라 막내아들은 링거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었다. “죽이라도 좀 먹으면 안 되나?” “병원에서 그러는데 먹으면 죽는대요.” 늦여름 화창한 날씨에 창밖에는 나비와 잠자리가 날아다녔지만 그는 외출조차 제대로 못했다.

필자가 두 번째 면회를 갔을 때는 첫 번째보다 더욱 수척해졌음이 느껴졌다. “밖에 나가는 게 어떤가?” 병원과 의약품을 신뢰하지 않는 필자의 뜻을 알아차린 그는 병원을 나가면 곧 죽는다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입관할 때 본 그의 모습은 머리카락 몇 올 남지 않은 해골과 같았다. 필자의 주위엔 유난히 암 환자가 많았는데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초기부터 의사와 병원에 전부 의지한 채 암과의 사투를 벌였지만 모두 패했다. 누굴 원망할 일이 아니지만 기가 막힌다. 이러고도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인류의 수명을 연장했다고 떠들어 댈 수 있을까.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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