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경제 빨간불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의 경착륙 여부다. 문제는 두 나라의 경제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잠시 회복세를 띠던 미국 경제는 다시 주춤하고 있고, 중국 경제는 이전의 위용을 잃은지 오래다. G2 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해 봤다.

▲ 글로벌 경제를 이끌던 미국과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이들 G2는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두 개의 엔진으로 불린다. 미국과 중국의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조7416억 달러, 1조355억 달러. 전 세계 GDP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단단해졌다. 중국은 당시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을 때 ‘나 홀로 9%대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그 무렵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흉으로 지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경제의 원톱이었다.

그렇다고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건 아니다. ‘부자가 망해도 3대代는 간다’는 속담처럼 미국은 세계 시장에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6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4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무제한’ ‘무기한’이라는 단서 조항까지 달면서 돈을 풀었다.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0~0.25%)으로 떨어뜨렸다. 시장은 턱없이 낮아진 금리를 발판으로 돈을 조달했고,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세계 시장에 뿌려졌다. 미국의 돈이 없었다면 세계 경제가 완전히 침몰했을 지도 모른다.

미국이 뿌린 돈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2012년 0%대로 떨어진 월별 GDP 성장률은 2013년 1분기부터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6월엔 4.6%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미국 제조업(ISM)지수와 고용지표에도 활력이 깃들었다. 미국 ISM 지수는 2012년 11월 48.9를 기록한 이후 줄곧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50선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58.1을 찍어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까지 치솟았다. 고용지표도 개선세다. 올해 2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26만6000명에 이르러 12개월 연속 20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취업자수도 각각 42만3000명, 32만9000명에 달했다. 반면에 실업률은 하락세를 탔다.

올 8월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떨어져 2008년 이후 7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고용 회복세에 힘입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가 9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업률이 감소는 낮은 금리 정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회복세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 미국경제 이유 뭔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신흥국들은 달러 유출 가능성에 좌충우돌이다. 유럽은 지긋지긋한 침체의 탈을 여전히 쓰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3분기 GDP 성장률은 1.5%(연율 기준)로 2분기의 3.9%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회복세를 보이던 ISM 제조업 지수, 시간당 임금상승률, 주택가격지수 등도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정체됐다.

▲ 중국이 7%대 경제 성장을 포기하며 고속성장시대의 끝을 알렸다.[사진=뉴시스]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떨어지고 있다. 자칫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10년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경제활동참가율도 문제다.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로 구직을 포기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11%를 웃돌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G2 중국은 어떨까. 미국 경제가 분기마다 희비喜悲가 교차한다면 중국 경제는 ‘날개 없는 새’와 같다. 10% 고속성장은 이제 옛말이다. 지난 9월 중국의 GDP 성장률은 6.9%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첫 6%대다. 이 때문인지 ‘바오바保八(8% 경제성장률 유지)’는 고사하고 ‘바오치保七 시대(7% 안팎의 경제성장률 유지)’도 종언을 고했다.

올 10월에 열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다. 시진핑 주석은 그 자리에서 “2020년까지 중국의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이 2010년 대비 2배가 되는 목표를 실현할 것이다”면서 “이를 위한 2016〜2020년의 평균 경제성장률 최저선(마지노선)은 6.5% 이상”이라고 말해 바오치 시대가 사실상 끝났음을 알렸다.

‘바오치’ 포기 선언한 중국

중국의 경기둔화세는 다른 지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올 8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PMI)지수는 49.7을 기록,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경기기준선 50을 밑돌았다. 고질병인 부정부패, 빈부격차, 부동산 버블 등의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수출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 중부와 서부 지역의 경제 성장, 부정부패 척결 등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 변화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되레 중국 정부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정책에도 실물경제에 활력이 감돌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 G2가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두 국가 가운데 하나만 흔들려도 글로벌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G2 시장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비빌 언덕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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