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산업별 기상도

G2(미국ㆍ중국)의 경제가 신통치 않다. 언제쯤이면 G2가 경기 침체의 늪을 완전하게 탈출할지 의문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수시장은 부진한 데 수출시장마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주요 산업 전망’을 토대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살펴봤다.

▲ 2016년에는 업황이 좋은 업종이 많지 않고, 업황이 좋다고 해도 주력 산업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사진=뉴시스]
세계 경기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경제 전문가들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내놓을 정도다. 한국 경제라고 다를 바 없다. 속 시원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업종이 그리 많지 않다.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G2(미국ㆍ중국)의 미래가 불확실해서다.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발표한 ‘2016년 주요 산업 전망’을 봐도 그렇다. ‘업종 대부분의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국내 산업을 24개로 분류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6년 산업별 기상도’를 꾸며 볼 때 ‘화창한 날씨’에 해당하는 산업은 6개(유틸리티ㆍ종합상사ㆍ헬스케어ㆍ화장품ㆍ통신서비스ㆍ엔터투어리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들 업종의 기상이 늘 화창한 것도 아니다. 정부 정책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유틸리티 업종은 발전 정비 시장이 커져서 성장성이 기대된다는 걸 제외하면 경쟁력이 없다.

통신서비스 업종은 마케팅 비용 안정화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단말기유통개선법의 효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화장품과 엔터투어리즘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많아 수혜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한국 경제를 강타한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했듯 그 수혜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있다. 중국 현지 화장품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사업구조 개편을 거친 종합상사 역시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지만 ‘그룹사가 밀어 준다’는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2016년 화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헬스케어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헬스케어 업종은 바이오 시밀러ㆍ신약 등 의약품 수출 증가 등을 이유로 전망이 밝다. 내수 시장도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성장(전년 대비 3.5%)할 전망이다. 후속 제품 개발이 한창이라는 점도 호재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주력 업종인 조선, 정유, 화학, 철강이 심각한 리스크들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크게 두 가지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이다. 조선업부터 보자. 내년 세계 조선 발주 규모는 최대 837억 달러(전년 대비 16.5% 증가)다.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한국 조선업엔 분명 호재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강세와 발주 정체로 선가지수가 그리 높지 않을 전망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무 리스크 해소 전략이 없다면 조선업계는 호재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하고 있는 이유다.

정유업은 내년 유가 상승 요인이 많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전망일 뿐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가 더 강해질 게 불보듯 뻔해서다. 공급 과잉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는 석유화학업도 수요가 받쳐 줄지 의문이다. 수요 수준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다면 업황이 차갑게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철강도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업황이 신통치 않다.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유, 석유화학, 철강과 맞물려 있는 업종 역시 좋을리 없다. 조선, 건설이 부진하니 기계업황의 전망도 어둡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시장은 사정이 조금 낫다. 한국 기업에 강점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메모리 가격까지 안정화 추세에 있어서다. 다만 중국이 국내 기업의 약점인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건 우려스럽다.

운송업 리스크도 중국이다. 업황은 수송화물 증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전년 대비 택배박스 처리량은 9.9%, 인천공항 여객 수송객은 9%, 국제화물 전체 수송량도 4% 각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섭다. 해운은 이미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남은 건 육운과 항공뿐이다.

다소 호재가 많은 디스플레이 업종도 중국 때문에 골치가 아플 전망이다. 한국이 OLED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LCD는 벌써 턱밑까지 쫓아왔다. 출시된지 수년이 지난 OLED TV가 ‘비싼 가격’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국으로선 아쉽다. 

유통업은 전ㆍ월세난으로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실질 소비 여력이 줄어 업체 간 내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온ㆍ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연결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라는 돌파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성장 국면을 탈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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