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中企 벨기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

▲ 벨기에는 유럽의 소국임에도 외국인 투자에 유리한 조세제도로 무역 강국이 됐다. 사진은 벨기에 앤트워프 시청.[사진=뉴시스]
벨기에는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불린다. 차별이 거의 없는 데다 세금 혜택도 많아서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벨기에는 ‘천국 그 이상’이다. 전체 법인세 납세 대상 수입 가운데 특허 수익의 80%를 공제해 주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벨기에로 가는 길을 소개한다.

벨기에는 유럽의 작은 나라다. 인구는 약 1100만명. 우리나라 서울시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는 점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벨기에는 자타 공인 외국인 기업의 ‘교두보’다.

구글, 폭스바겐,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에 지사를 설립하고 유럽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벨기에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벨기에에 우리나라 기업이 세운 법인은 현재 24개뿐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진출하면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도 그렇다.

중소기업의 천국 벨기에

무엇보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 본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유럽의 의사결정기구와 국제기구가 둥지를 틀고 있다. 글로벌 정책 변화에 기업 스스로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이다. 전문 노동 인력도 풍부하다. 인구 대부분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 나라가 언어권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어서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에도 능숙하다. 저렴한 물가 수준도 기업 환경에 도움이 된다. 사무실 임대료는 영국의 60%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세금 혜택이 크다. 세계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세제 혜택이다. 외국인 기업의 자본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인 ‘가상이자공제 제도(Notional Interest deductionㆍNID)’가 그것이다. 외국 기업이 벨기에 기업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벨기에 정부는 이 투자금에 ‘가상 이자’를 설정하고 투자수익에 세금을 매길 때 그만큼(가상이자)을 공제한다. 투자에 대한 벨기에 정부의 ‘보상’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대對벨기에 투자자가 상당한 세금 혜택을 누리는 이유다.

한국의 A기업이 벨기에에 B법인을 설립,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치자. 이 투자금으로 B법인이 낸 수익금이 4억원이라면 B법인은 세금 1억3596만원(명목세율 33.99% 적용)을 내야 한다. 여기에 NID를 적용하면 4억원의 수익에서 2억6300만원(투자금×가상이자율 2.63%)이 공제된다. 결국 1억3700만원(4억원-2억6300만원)의 수익에 대한 4656만원의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율이 11%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영국(21%), 독일(29.58%), 네덜란드(25%)에 비해 상당히 낮은 법인세율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벨기에를 투자 거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를 많이 할수록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바트 아담스 국제조세 전문가는 “벨기에의 조세제도를 설명할 때마다 나오는 단어는 ‘친절함’이다”라면서 “가상이자제도 혜택 덕에 벨기에는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천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벨기에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나라에는 연구개발(R&D) 사업의 특별한 세제 혜택이 있다. ‘특허수익공제제도(Patent Income Deductionㆍ PID)’다. 전체 법인세 납세 대상 수입 가운데 특허 수익의 80%를 공제해 준다. 독자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이 그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내면 해당 수익의 80%는 사실상 면세라는 거다. 모든 수익이 특허로 발생했다면 법인세 20%만 내면 끝이다.

R&D 연구 인력에게는 급여세의 80%까지 세금 납부가 면제된다. 서영호 벨기에 브뤼셀 투자청 한국사무소 대표는 “자본이 많지 않아도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한 중소기업이라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벨기에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남다른 세금 혜택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벨기에 정부가 운영하는 ‘세무 문제 사전답변 제도(Advance Tax Ruling)’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통해 벨기에에서 사업을 할 때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형 법무법인에 자문하기가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선 이보다 좋은 제도가 없다. 투자 전에 세 부담을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다.

세 부담 미리 확인 가능해

아담스 국제조세 전문가는 “투자 시점 또는 수익 발생 시점에서의 세 부담은 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면서 “벨기에 정부는 투자자의 국적이나 투자자금 출처에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이 변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서영호 대표가 10월 27일 열린 '벨기에, 한국 중소기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브뤼쉘 투자청 제공]
Issue in Issue | 서영호 브뤼셀 투자청 한국사무소 대표

“한국 제약업체 진출 기다리고 있다”

서영호 벨기에 브뤼셀 투자청 한국사무소 대표는 2013년부터 한국 기업과 벨기에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해 온 투자 전문가다. 서 대표는 브뤼셀 외에도 영국 런던, 캐나다 온타리오, 미국 루이지애나, 두바이 공항자유구역청 등 여러 지역의 투자 컨설팅을 맡고 있다. 그는 이들 지역 가운데에서도 벨기에를 우리 중소기업의 진출이 필요한 1순위 국가로 꼽았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유리한 벨기에의 조세 제도 때문이다. 특히 벨기에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제약ㆍ바이오 산업의 전망이 밝다는 견해가 있다.

✚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이 많다.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벨기에 정부가 얻는 게 감소할 것 같은데.
“벨기에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세금이 아니라 고용 창출이다. 실제로 외국인 기업이 자국민을 고용할 때에도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다. 벨기에는 글로벌 명문학교인 ULB를 중심으로 많은 고급인력이 있지만 자국 기업만으로는 이들을 고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 벨기에의 세제 혜택이 주변국의 반발을 샀을 듯한데.
“나 역시 그 점이 궁금해 벨기에 정부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조세 혜택 제도인 NID는 법인세 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뿐 물질적인 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서 문제 될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가상이자를 통해 투자행위를 보상해준다는 개념을 다른 국가가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벨기에는 유럽연합(EU)의 수입 관세와 같은 EU 사회 내 공통적인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

✚ 한국 기업이 벨기에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을듯한데.
“최근 한국 기업의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외국인 기업에 우호적인 벨기에 투자 환경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 벨기에의 유망 업종은 무엇인가.
“제약ㆍ바이오 산업이다. 이미 벨기에에는 대규모 바이오산업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얀센(J&J), 글락소스마스클라인(GSK), 머크(Merck) 등 글로벌 제약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개발(R&D) 사업의 세금 혜택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제약업계도 신약 개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 벨기에에서는 세금 부담없이 R&D 활동을 할 수 있어 한국 제약업체의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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