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비용의 두 얼굴

▲ 창업박람회에서도 가맹본부들은 창업비용으로 창업자를 유혹한다.[사진=뉴시스]
2007년 참여정부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현황을 담은 ‘정보공개서’의 공개를 의무화했다. 허위ㆍ과장 광고로 예비창업자를 현혹하는 프랜차이즈를 규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8년, 정보공개서의 내용은 믿을만 한가. 그렇지 않다. 실제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감독기관인 공정위는 뒷짐만 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예비창업자(가맹희망자)에게 해당 프랜차이즈의 개요 등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개해야 한다. 2007년 8월 도입한 제도로, ‘법적 의무 사항(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의2)’이다. 이 법에 따라 가맹점을 모집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일반 현황, 가맹사업 현황, 법 위반 사실, 영업활동 조건 및 제한, 가맹본부의 경영 및 영업활동의 지원 등이 담긴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해야 한다. 지난해 말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브랜드 수는 4288개에 이른다.

취지는 가맹희망자에게 계약 체결 이전에 확실한 브랜드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올바른 정보를 공개해 가맹희망자(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에 사실만 기재해야 한다. 특히 가맹희망자가 납부해야 하는 (가맹)비용 관련 정보는 ‘영업개시 전 부담’ ‘영업 중 부담’ ‘계약종료 후 부담’ 등 자세하게 기입해야 한다. 이 비용이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늘어났다면 가맹본부는 즉각 공정위에 등록된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문제는 가맹본부들이 정보공개서 등록을 형식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비창업자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창업 비용이 특히 그렇다. 공정위 정보공개서와 브랜드 홈페이지에 공시된 비용이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다.

맥주프랜차이즈 A브랜드의 정보공개서에는 각종 가맹비용이 ‘33㎡(약 10평) 기준 가맹비 면제’ ‘교육비 300만원’ ‘인테리어 1870만원’ 등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A브랜드의 홈페이지에는 가맹비 200만원, 교육비 한시적 면제, 인테리어는 2900만원으로 적시돼 있다.

 
피자프랜차이즈 B브랜드는 정보공개서에 ‘66㎡(약 20평) 기준 브랜드 사용료 700만원’ ‘가맹비 500만원’ ‘주방기기 4811만원’ 등의 비용을 밝혔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브랜드 사용료 500만원’ ‘주방기기 2408만원’ ‘계약이행보증금 300만원’ ‘기술지원 및 홍보교육 300만원’ 등으로 비용을 달리 기재해 놨다.

언뜻 봐도 주방기기 가격이 2배(정보공개서 4811만원, 홈페이지 2408만원) 차이다. 인테리어 비용은 아예 기재하지도 않았다. 두 브랜드 관계자는 “각종 비용이 바뀌었지만 정보공개서를 변경하지 않아서 발생한 차이”라고 해명했다.

형식에 그친 정보공개서

이지훈 윈프랜차이즈 서포터즈 대표(가맹거래사)는 “일부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제도를 단순 등록 용도로만 생각해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더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인철 광주대(물류유통경영학) 교수는 “정보공개서와 홈페이지의 창업비용이 다르다는 것은 정보의 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 경우는 허위ㆍ과장된 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내지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첫째 이유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대부분이 ‘영세’해서다. 규모가 작고 전문성이 없는 가맹본부 대부분은 정보공개서 등록을 가맹거래사나 변호사에게 맡긴다. 그런데 이들 역시 가맹본부가 대충 적은 현황만 정보공개서에 담는다. 형식만 갖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정보를 관리ㆍ감독하는 공정위도 문제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프랜차이즈의 현황이 정확하게 담기지 않은 정보공개서가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정보공개서를 관리ㆍ감독하는 공정위가 그 의무를 해태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등록 가능한 정도로 작성해서 등록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면서 “감독 기관에서 정보의 진실성이나 통일성 등에 대해 더욱더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보공개서 내용을 하나하나 비교 검토할 여력이 없어서 확인을 하지 못했다”면서 “내용이 다르다면 이는 문제가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문제를 ‘여력이 없어’ 사각지대에 던져 놨는지는 미지수다. 애초 별 관심이 없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공정위의 가맹 분야 사건처리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정보공개서 제공의무 위반 건수는 38건이다. 2013년의 32건에 비해 늘었다. 법적 의무인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은 프랜차이즈는 적발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보공개서의 ‘갱신ㆍ수정 의무’ 위반 사례를 적발한 건수는 단 하나도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갱신ㆍ수정 의무’ 위반을 적발한 건수는 올해 조치할 예정으로, 아직 통계자료에 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서 등록이 의무화된 시기가 200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올해 조치를 취한다고 가정하더라도 7년 동안 갱신ㆍ수정 의무 위반 건수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 정보공개서와 홈페이지 창업비용이 다를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변경등록 위반 건수 제로의 의미

공정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예산을 배정 받아 정보공개서 등록을 가맹본부가 직접 하도록 사이트 등을 개편할 예정”이라면서 “정보공개서 내용과 홈페이지 내용이 다를 경우 공정위에 신고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보공개서는 프랜차이즈의 허위ㆍ과장 광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예비창업자의 ‘창업 리스크’를 덜어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 제도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해는 또 예비창업자의 몫이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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