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매각설의 그림자

▲ 현대상선의 자구안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계에 ‘인수ㆍ합병(M&A) 광풍’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뭉쳐야 산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M&A는 현대상선 매각설이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명운을 가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최근 재계에 강하게 일고 있는 물결이 있다. 대기업간 빅딜(Big deal)을 포함한 인수ㆍ합병(M&A)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ㆍ삼성종합화학과 방산 계열사인 삼성테크윈ㆍ삼성탈레스를 매각한데 이어 지난 10월 29일 롯데와의 두번째 빅딜에 합의했다.

이번 빅딜에서 삼성은 화학 부문의 매각에 나섰다. 매각 회사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의 90.0%, 삼성정밀화학 31.2%, 삼성BP화학 49.0%로 거래가격은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금융ㆍ전자에 집중하고 롯데그룹은 석유화학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에는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M&A 소식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불어 종속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정부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기업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M&A 소식 가운데 시장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설이었다. 지난 9일 시장에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에 매각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현대증권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현대상선의 자구안에 ‘빨간불’이 켜진 게 소문의 배경이었다.

 
현대증권은 지난 6월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에 지분 22.5%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면 계약ㆍ파킹딜(Parking Deal) 논란, 일본계 자금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겹치자 오릭스는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100%를 넘었던 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률은 87.6%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구안만으로는 현대상선을 살릴 수 없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고, 지난 2분기에도 6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그룹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증권사(현대증권)를 선택하고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선(현대상선)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돈 이유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단호하다. 자구안을 기필코 달성, 현대상선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작업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업황의 침체로 현대상선의 실적이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매각에 실패한 현대증권을 다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다. KDB대우증권이란 대형 매물이 등장해 있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한 산업은행의 추가자금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채무가 1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현대그룹은 지난 11일 산업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1986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지만 ‘새발의 피’ 수준이다. 예정대로 307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발행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매각 실패와 계속되는 해운 업계의 침체 때문에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며 “현대그룹의 자구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이 지금까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만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 회장이 선택의 기로에선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의 키’를 잡은 지 12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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