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만에 하늘길 바꾸다
출범 10년 만에 하늘길 바꾸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166
  • 승인 2015.11.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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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사장 5人의 성공과 실패

▲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은 "상장을 통해 아시아 최대 LCC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뉴시스]
제주항공이 코스피 상장 ‘대박’을 쳤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넘어섰을 정도다. 2005년 출범 당시 ‘저비용 항공사(LCC)가 뭐냐’는 핀잔을 들었던 제주항공으로선 말 그대로 ‘쾌거’다. 제주항공이 단 10년 만에 하늘길을 바꿔놓을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주항공 10년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을 조명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항공업계에서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로 나아가겠다.” 지난 6일, 제주항공이 LCC로는 처음으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최규남(51) 항공 사장은 상장으로 마련된 자금을 발판으로 ‘아시아 최대 LCC’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항공의 미래 비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상장 첫날 제주항공의 공모가가 3만원으로 확정,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흥행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대박의 배경엔 제주항공의 뛰어난 실적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106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2868억원, 영업이익 307억원을 찍으며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5년 출범 당시 제주항공의 성공을 예측한 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쾌거’다.

실제로 제주항공의 10년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시계추를 2005년 1월로 돌려보자.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은 공동으로 제주에어라는 이름의 LCC를 설립했다. 취지는 제주도민에게 국내선 항공편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거였다. 대표이사 사장에는 주상길(71) 애경소재 대표가 선임됐다. 주상길 사장(이하 당시 직함)의 첫번째 목표는 ‘정기’ 항공면허의 획득이었다. 제주에어보다 먼저 설립한 LCC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는 ‘가시밭길 걷기’를 자초한 것이기도 했다. 정기노선취득을 위해선 최소 5대의 항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금이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주 사장은 정기항공면허를 밀어붙였고, 2005년 8월 면허취득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6월 5일 프로펠러를 단 주황색 소형 비행기 Q400이 날아 올랐다. ‘김포-제주’ 구간에 기본운임 5만9100원을 책정한 첫 운항이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항공기 5대 구입으로 늘어난 초기 투자금 때문이었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LCC를 통해 투자금을 메울 수 있느나는 거였다. 안전성 문제로 대형 항공사(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의 벽을 넘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많았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2006년, 2007년 각각 14억원, 1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주 사장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되레 “가격이 저렴하고 기내 서비스를 줄인 만큼 LCC의 목표 고객층이 기존 대형 항공사와 겹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주 사장의 장담이 현실로 나타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7년 11월 주 사장이 물러나고 고영섭(70) 사장이 2대 CEO에 올랐다. 하지만 고 사장의 취임 이후 시장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대형 항공사를 등에 업은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이 취항을 했기 때문이다. 유가급등과 환율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코스피 흥행 대박, LCC의 기적

고 사장은 해외에서 해답을 찾았다. 국제선 취항을 위해 국내 LCC 최초로 좌석수 189석의 B737-800 기종을 도입했다. 2008년 7월 마침내 일본 히로시마에서 일본인 관광객 180여명을 태운 이 항공기가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9개월 뒤에는 오사카, 기타큐슈 노선을 시작으로 국제선 정기편에 취항했다. 이 무렵 제주항공은 분명 국제항공사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라는 숙제는 좀처럼 풀지 못했다.

이 숙제를 풀어낸 이는 2009년 12월 조종간을 잡은 김종철(57) 3대 사장이다. 제주항공이 출범할 때 사외이사였던 그는 재정난에 빠진 제주항공의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됐다. 목표를 ‘흑자 달성’으로 잡은 그는 Q400 항공기를 정리하는 한편 기종을 B737-800으로 단일화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는데,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단일 항공기로 전환되면서 정비ㆍ교육 등에 고정비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2011년 회계연도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은 2577억원, 영업이익은 138억원이었다. 김 사장은 2012년 2월 조재열(66) 사장(AK홀딩스 대표 겸임)에게 조종간을 넘겼다. 현 CEO인 최규남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건 2012년 9월이다. 금융전문가인 최 사장은 씨티은행 기업금융부 부장, 퍼시픽 제미나이 자산운용사 파트너 등을 거쳤다. 항공업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그를 CEO에 임명하자 업계 안팎에선 물음표가 쏟아졌다. 흑자전환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게 아니냐는 거였다.

하지만 최 사장에게 달린 물음표는 금세 느낌표로 바뀌었다. 그는 원가절감과 매출 다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2012년에는 예약발권 시스템, 예매 홈페이지 등 대규모 IT투자를 단행했다. 시스템 확충으로 인건비 등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각종 투자로 영업이익이 2011년 138억원에서 2012년 22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는 2014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295억원)의 발판이 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상장을 계기로 외형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LCC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인기 노선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가매출 비중이 적다는 점도 단점이다. 부가매출은 기내식 판매, 유료좌석 예약제 등 대형 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과감을 하는 LCC만의 영업 방식이다. 해외 유명 LCC 중에는 부가매출 비중이 전체의 30% 이상인 곳도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부가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4.6%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10년과 숱한 과제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CC의 시장 침투율이 일정 수준을 상회하는 시점에서는 LCC 조차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뚜렷한 전략 수립과 체질 개선을 보여주는 항공사가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첫 정기 LCC 제주항공. 출범 10년 만에 하늘길을 바꾼 건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이 더 중요하다. 숱한 과제를 풀어야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새로운 비행은 이미 시작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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