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해외사례 살펴보니…

▲ 일본 니키시 시장은 전통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서울시 곳곳에서 구청과 노점 간 충돌이 잦다. 이유를 알아보니 서울시가 추진하는 ‘노점 특화거리 조성’이라는 갈등의 진원지다. 법 테두리 바깥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노점을 법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업 과정에서 진통이 발생한 듯하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례1 | 유적지에 늘어선 불법 노점 몇년전 필자의 아이들(지금은 대학생)이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쳐 줄겸 해서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부여 등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 유물이 있던 ‘정읍사지 5층석탑’을 보고 나오는데, 고색찬란한 유적지 담벼락에 기대 상행위를 하는 노점상 수십명이 눈에 들어왔다. 위대한 백제문화와 선조의 얼을 기리며 상념에 젖었던 필자는 이 낯선 풍경에 일순간 얼어붙었다. 물론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노점상들로 인해 인도를 걸어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사례2 | 핀란드 헬싱키 ‘레스토랑 데이’ 핀란드의 헬싱키는 2011년부터 3개월마다 주말 하루를 정해 ‘레스토랑데이’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날은 ‘누구든지 장소의 제약 없이 어떤 음식이든지 팔 수 있는’ 날이다. 이 때문인지 공원에 설치된 좌판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이벤트를 개최하는 이유는 핀란드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맛 없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란다. 노점은 언제든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례3 | 전통시장서 문화를 팔다 일본 교토京都는 1000년 도시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 필수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교토는 794년 나라奈良에서 수도가 이전된 후 도쿄東京로 다시 옮겨가지 전까지 약 1100년 동안 천황이 머무른 일본의 수도였다. 그만큼 역사가 깊다.

이런 교토에는 500년 전통의 ‘니시키錦市場’ 시장이 있다. 500년 동안 교토 주민들의 사랑으로 받으며 발전해 ‘교토의 부엌’으로 불린다. 니시키 시장에는 전통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그래서인지 교토에서는 별도의 노점상이 없다.

필자는 지난 30여년간 세계 각국의 50여개 도시를 비즈니스 여행차 다녀왔다. 결론을 말하면 필자가 가본 선진국 도시 대부분에선 노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핀란드의 사례처럼 일정한 날, 일정한 공간에서 이벤트 방식으로 축제를 여는 노점은 존재했지만 법망 밖에 있는 노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가 한국과 같은 노점을 발견한 곳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가 고작이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노점정책은 케케묵은 과제일지 모른다. 

물론 노점은 대한민국 유통의 한 업태임에 틀림없다. 필자의 주장은 노점이라는 업태가 법망 안에서 활약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거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노점상 대표, 시민대표, 지자체 담당자 등 3자가 원칙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노점은 주로 식품을 취급한다.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노점이 일반 식당처럼 지자체에 영업등록을 하고 주기적으로 위생검열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 노점 역시 지역 문화에 공헌하는 ‘이익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의무인 세금 납부를 꺼려선 안 된다. 노점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노점상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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