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국내 점유율 40% 진짜 넘었나

“애플의 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 한 시장조사업체가 발표한 통계수치다. 국내 미디어는 일제히 ‘삼성전자의 점유율 위기’를 꼬집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있다. 애플의 점유율이 전주 대비 39.0%포인트상승했다. 이게 가능한 걸까. 눈치 빠른 독자는 답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렇다. 통계의 오류다.

▲ 아이폰6S를 출시한 애플의 판매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아이폰6S 구매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사진=뉴시스]

“애플의 아이폰6S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제치고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최근 IT 업계 안팎에서 쉽게 들려오는 얘기다. 근거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10월 4주 국내 스마트폰 판매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41.3%로 나타났다. 전주(2.3%)보다 39.0%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100명 중 2명꼴로 사가던 이 회사의 제품을 일주일 만에 40명이 사갔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 3주까지만 해도 74.3%로 독주하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9.5%포인트 떨어진 44.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LG전자의 점유율 역시 9%포인트 하락한 12.9%에 머물렀다. 애플이 아이폰6S를 10월 23일 내놓은 뒤 발생한 점유율 지각변동이다.

언론은 앞다퉈 이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업계는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이 50% 아래로 추락한 점에 주목했다. 독과점 양상을 보이던 삼성전자 점유율의 과도한 추락이 이례적이기 때문이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한국산에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40%를 넘은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날카로운 독자라면 벌써 눈치챘을 수도 있다. 애플 아이폰6S의 점유율이 어떻게 한주 만에 39.0%포인트나 상승했느냐는 거다. 언론과 업계에서 인용한 통계, 과연 적절한 것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14년 9월 이후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3사의 국내시장 점유율 추이를 살펴봤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점유율 추락은 이례적인 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되레 지난해 10월 아이폰6가 출시됐을 때에는 더 큰 하락세를 보였다.

아이폰6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4주를 살펴보자. 당시 삼성전자는 71.4%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LG전자 역시 25.4%의 점유율로 20%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애플의 점유율은 0.9%로 1%도 안 되는 수치에 머물러 있었다.

10월 31일, 아이폰6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11월 1주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삼성전자는 34.0%포인트 하락한 37.3%를 기록했고 LG전자 역시 12.1%포인트 하락한 1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애플은 47.2%포인트 상승한 48.0%.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점유율 상승세를 찍은 거였다.

애플의 점유율 변동이 이렇게 큰 이유는 ‘아이폰’이라는 단일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서다. 아이폰 시리즈 외에는 시장을 공략할 제품이 없는 탓에 신제품 출시 전까지 점유율이 말 그대로 ‘죽’을 쓸 수밖에 없다. 신제품이 나오면 상대적으로 점유율 상승폭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산폰의 무덤은 사라졌나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외에도 중저가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기본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애플의 점유율 약진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일주일 단위로 계산된 통계가 연출한 ‘통계의 오류’라는 얘기다. 한달, 분기별로 계산해서는 애플의 점유율이 40%포인트씩이나 증가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애플의 판매 점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사실 우리가 이 통계에서 주목해야 할 건 ‘점유율’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과 달리 ‘라인업’이 다양한데, 왜 실적이 날로 떨어지느냐는 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ㆍ모바일) 사업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6.5% 감소한 26조60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7.5% 줄어든 2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성적은 더 신통치 않다. 같은 기간 LG전자 무선(MC)사업부의 실적은 매출 3조 6484억원, 영업이익 2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실적에 비해 영업이익이 무려 99.7% 줄어들었다.

점유율에 숨은 진짜 위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점유율(분기 또는 연간 기준)이 큰폭으로 변하지 않는데도 이처럼 실적이 급락하는 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방증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인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판매량 확대를 위한 가격 조정 전략이었다.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제조사들이 파격적인 가격의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격 인하’ ‘판매 정체’라는 덫에 걸려 수익을 못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애플은 판매 대수에선 삼성전자에 뒤졌지만 높은 수익성을 발판으로 실적 개선세를 기록했다. 실제로 애플의 평균판매 단가는 670달러로 삼성 스마트폰 평균판매 단가인 180달러보다 3배나 높다. LG전자 역시 2분기 14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고도 2억원대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이제호 서울대(경영학) 교수는 “애플이 단일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개발비와 판촉비를 줄이고 소비자 충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며 “국내 제조사들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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