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면적의 경제학

▲ 1~2인 가구가 급증함면서 분양 시장에 중소형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사진=뉴시스]

큰 집을 선호하던 아파트 분양 시장에 중소형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84㎡(약 25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전체 거래량의 90%에 육박할 정도다. 1~2인 가구가 급증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상가와 오피스텔은 다르다. 아파트와 반대로 면적을 넓히고 있다. 임차인을 구하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수익률도 높일 수 있어서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84㎡(약 25평) 규모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인 권혜영씨. 권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정리하기로 했다. 집을 팔고 남은 여윳돈으로 노후를 대비한 재테크 자금을 마련할 생각이다. 권씨는 “84㎡ 면적의 아파트는 수요가 많아 금방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권씨처럼 중소형 아파트를 되파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작은 집을 팔고 확보한 자금을 재테크로 활용하는 게 트렌드라는 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의 수도권 84㎡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39만640건이다. 반면에 84㎡를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량은 3만6337건뿐이었다. 중소형 아파트의 거래량이 대형 아파트보다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집값 상승률에서도 중소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상반기에 3.3㎡당 평균 1095만원이던 전용 84㎡ 이하 아파트 가격이 2015년 상반기에 1140만원으로 4% 상승했다. 전용 84㎡ 초과 아파트는 2010년 상반기 1545만원에서 올해 상반기에 1332만원으로 오히려 13% 하락했다.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리나라 가구 구조의 변화에 있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대형 아파트의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올해 서울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가운데 27%에 이른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점도 중소형 아파트 인기에 한몫했다. 주택 시장이 상승세를 탄 2000년대 중반까지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집값 상승이 예년만 못한 최근엔 월세를 받아 운용 수익을 얻는 실속형으로 투자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중소형 아파트의 설계 방식이 바뀐 점도 인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최근 건설사는 신기술과 최신 설계기법을 총동원해 중소형을 실속이 꽉 찬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그 결과 발코니 확장이 허용되면서 실사용 면적이 대형 아파트 못지않은 규모를 갖추게 됐다. 과거 전용면적 84㎡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4베이 설계가 전용 59㎡(약 18평) 소형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는 건 대표 사례다.

베이(bay)는 햇빛이 들어오는 앞쪽 발코니와 맞닿은 방, 거실의 개수를 말한다. 4베이 아파트는 거실과 방 세 칸에 모두 발코니가 있어서 확장하면 체감 면적이 크게 늘어난다. 중소형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투자 수요다. 중소형은 각종 세금 부담이 적은 데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높아 투자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전세가율이 86%인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64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아파트와 반대다. 되레 면적을 넓히는 게 트렌드다. 대기업 임원 자리에서 은퇴한 김오성씨의 사례를 보자. 김씨는 3년 전 퇴직을 앞두고 퇴직금과 여유자금으로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의 점포 3칸을 분양받았다. 김씨는 이 점포에 전문 프랜차이즈를 직접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형 못지 않은 중소형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요구하는 면적이 김씨가 분양받은 면적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옆 3칸의 소유주를 수소문해 양해를 구한 후 임차계약을 체결했다. 김씨의 매장은 현재 일 매출 1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최근 삼성SDS 본사가 송파구 잠실타워로 이전하면서 매출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김씨처럼 점포를 합쳐 매장 규모를 늘리는 이른바 ‘1+1 전략’이 상가 시장에서 인기다. 전문가들은 직접 경영하는 게 아니더라도 면적이 넓은 상가가 좋다고 조언한다. 면적을 넓힐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 기업형 슈퍼마켓(SSM), 약국, 편의점, 대형 프랜차이즈, 메디컬 등 대체로 우량 임차인으로 평가받는 업종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시장도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원룸형 소형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투룸ㆍ스리룸의 중형 오피스텔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아파트와 같이 넓은 면적을 확보한 이른바 ‘아파텔’의 열풍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전세난으로 아파트 구입을 망설이는 실수요자가 저렴한 아파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중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청약 성적이 보여 준다. 전용면적 41~77㎡(약 12~23평)로 모든 가구를 투룸ㆍ스리룸으로 설계된 경기도 광교신도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지난 2월 172실 모집에 7만2639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평균 4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방이 세 개인 77㎡의 경쟁률은 800대 1에 달했다.
 
지난 3월 분양된 경기도 용인시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의 경우 84㎡ 162실은 하루 만에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 건설사들도 중형 오피스텔의 공급을 늘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8월에 수도권에서 공급된 오피스텔(6만1478실) 가운데 60㎡ 이상 주거용 오피스텔은 1만158실로 16.5%를 차지했다. 60㎡을 넘기는 오피스텔이 1만실 이상 분양된 것은 2003년(1만1586실)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 못지 않은 오피스텔

중형 오피스텔이 각광받는 이유는 내부 설계가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어서다. 무엇보다 투룸은 기본이다. 스리룸에 4베이, 판상형까지 갖춘 중형 오피스텔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도심지나 역세권이라는 뛰어난 입지 조건까지 갖추고 있는 덕에 ‘역세권 아파트’와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보다 안정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원룸은 임대기간이 주로 단기간이고 세입자가 자주 바뀌는 데다 그 사이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에 중형 오피스텔의 세입자는 주로 2~3인의 가족 단위여서 임대기간이 길고 관리도 쉽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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