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다이궁 무역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이들을 눈여겨보면 된다. 일명 ‘다이궁帶工’, 보따리상이다. 그런데 다이궁의 활동이 요즘 주춤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다이궁 규제’ 쪽으로 변한 데다 해외직구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궁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는 우리나라 면세업과 화장품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진=뉴시스]
일명 ‘보따리상’이라고 불리는 다이궁代工. 중국 시장의 화장품 트렌드는 이들 다이궁을 통해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류가 확산되고 한국 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히트가 될 만한 화장품을 다이궁들이 중국 시장에 들고 들어와서다. 화장품 다이궁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서울 화곡동 화장품 도매시장을 방문한다.

도매상으로부터 상품을 떼다가 도매상과 연계된 운송편 또는 직접 선택한 운송편으로 중국에 보낸다. SNS를 통해 개인과 거래하는 경우에는 국제특송우편물을 이용, 중국 내 소비자에게 바로 보낸다. 화장품 다이궁 무역의 수요 수준을 들여다보려면 화곡동 도매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 ‘공급률’을 알 필요가 있다.

공급률은 도매가격을 의미한다. 화장품 정가가 1만원이고 도매상이 제시하는 공급률이 30%라면 다이궁은 정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화장품을 사들여서 소매상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인기가 많고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유명 브랜드의 공급률은 50~70% 중반까지 이른다.

반면 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제품이나 대량 구매할 때에는 낮은 공급률이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럼 요즘 공급률은 어떨까. 국내보다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부피가 작고 가벼워서 다이궁이 선호하는 마스크팩의 공급률을 살펴보자. 지난 6월 24일 50박스 이상을 주문해야 33%를 받을 수 있던 A마스크팩의 공급률은 9월 25일 10박스 이상 32%로 높아졌다.

 
적게 주문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다이궁 무역이 주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의 판매지수에서 올해 초 상위권에 있던 국내 업체들의 마스크팩 판매지수가 7~8월 들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이궁이 주춤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책 변화다.

최근 중국 정부는 소비재 품목 관세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생 허가를 갖고 화장품을 정식 수출하는 업체의 화장품 판매 환경이 좋아졌다. 둘째는 화장품 유통 채널의 변화다. 중국에서도 해외직구 채널이 증가, 다이궁의 입지가 좁아졌다. 셋째는 현지 업체의 성장이다.

중저가 화장품을 주요 품목으로 삼은 로컬 업체가 성장하면서 해외 중저가 제품을 공급하는 다이궁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향후 우리나라의 면세업과 화장품업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고가 화장품을 유통할 수 있는 면세점 업체와 면세점에 입점한 화장품 업체들은 유리한 입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화장품 업체 또한 비교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 업체들도 중국 현지 업체들의 성장과 중국 유통 업체들의 PB상품 개발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이궁을 포함한 소비자간 거래(C2C)의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이전만큼 호황을 누리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lina.oh@ebests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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