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아홉살에 완전히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 미국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공부한 명문대 졸업생, JP모건과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 애널리스트,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

하지만 이런 거창한 타이틀보다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 친구, 동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픈 사람. 바로 이 책의 저자다.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얻은 삶의 단순한 지혜와 일상에서 느낀 감동의 순간을 전한다. 인간의 눈은 정보를 얻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서 일해 온 저자의 주요 업무는 쏟아지는 정보를 솎아내 증권의 가치를 분석하는 거다. 하지만 시각 장애라는 한계로 반드시 필요한 정보나 1차 자료를 가려서 취합하는 능력을 길러야 했다. 이는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뉴스나 루머, 시장을 흔들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주장이나 권고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힘이 됐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증권의 본래 가치나 장기 가치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외로 간단한 것들로 결정되는 것처럼 삶에서 중요한 것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으며, 몇 가지 간단한 것들로 결정되고 유지된다.” 화려하고 보기 좋은 것이 수두룩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단순한 근본 원리를 잊기 쉽다.

눈앞의 힘든 현실 탓에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런 현실의 환영幻影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이 전하는 중심 메시지다. 실제로 저자가 자신에게 닥친 수많은 도전을 이겨 낼 수 있게 된 건 소중한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이 책에서 꼽은 다섯 가지 소중한 것들(본다는 것, 꿈, 가족, 일, 나눔)은 누군가에게는 진부하고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힘겹게 싸워서 얻어야 한 것들이다. 실제로 그는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시력을 잃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법을 배웠다.

피아노에서 공부로, 맹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의사에서 애널리스트로, 현실의 장벽에 부닥칠 때마다 꿈을 포기하기보다는 유연하게 꿈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길렀다. 그래서 그가 뽑은 다섯 가지 소중한 가치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가 겪은 좌절의 목록이자 절실히 원하던 기적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정직한 삶과 그 삶이 증명하는 가치가 담긴 이 책은 오랫동안 잊고 살아 온 소중한 것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정리 | 박소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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