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리 웨스트우드는 장타 비결에 대해 ‘하체를 단련하라’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국내에서 개최된 프레지던츠컵에서 국내 팬들이 느낀 관심사 가운데 공통점은 드라이버 거리였을 것이다. 참가 선수들의 기본은 300야드였다. 사실 국내 주니어 상당수도 300야드를 넘게 공을 날린다. 300야드 시대가 국내에서도 시작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멀리 때리고, 정확해야 한다는 거다. 장타가 관심이 되면서 골프전문지나 사이트 등에서 이번 프레지던츠컵 참가선수들의 스윙을 분석하는 기사를 연속장면으로 실었다.

2015시즌 PGA 투어 최장타는 더스틴 존슨으로 317야드다. 사실 존슨보다 20야드 정도 더 멀리 나가지만, 정확성이 약간 떨어지는 버바 왓슨은 315야드로 2위에 랭크됐다. 왓슨은 최근 들어 드라이버를 달래서 때리는데도 310야드 나간다. 여성골퍼를 위해 김세영, 김민선, 이미림 등의 연속 스윙 사진을 게재하면서 장타 비결을 다루는 언론도 많았다. 특히 주말골퍼에게 장타는 사실상 골프의 전부다. 풀 스윙이 정확한 임팩트로 연결돼 공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순간의 희열감은 20m짜리 버디 퍼팅이나 30m 칩샷이 그대로 홀에 꽂힐 때보다 훨씬 크다.

‘생각하는 골퍼’인 더스쿠프 애독자 가운데 더스틴 존슨이나 버바 왓슨의 스윙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분은 없을 것이다. 중년 여성 주말골퍼들이 김세영의 스윙을 따라하다가는 스윙이 망가질 것이다. 게다가 디스크에 걸릴 위험도 높다. 왓슨은 장타비결에 대해 “온몸으로, 머리와 어깨, 팔, 허리, 무릎 등을 한 동작으로 이어지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이밖에 ‘공을 정확히 보고 페이스 정중앙(sweet-spot)을 맞출 것’ ‘하체를 단련할 것’ ‘부드러운 스윙을 할 것’ ‘스윙 아크를 최대화할 것’ ‘백 스윙 때 허리를 최대로 꼬고, 다운스윙 때 최대로 풀어 줄 것’ ‘헤드 업 하지 말 것’ 등을 열거한다. 모두 지당한 조언이다.

주말골퍼는 이중에서 한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평생 드라이버 거리 걱정은 사라질 공산이 크다. 만약 당신이 연습장에서 레슨프로에게 조언을 들었다면 90% 이상이 언급한 사항 중 하나일 것이다.  2015년 골프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길어야 한 달 남짓 남았다.  올해 나의 스윙을 정리할 때다. 사람들은 레슨을 받는다거나, 해외 골프를 계획하기도 한다. 내년 시즌을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서 팁 하나. 지금보다 장타를 날리길 원한다면 스스로 레슨프로가 돼보길 제안한다. ‘그동안 나는 공이 부서져라 패대기치지 않았는가(부드러운 스윙)’ ‘헤드 업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많다(헤드 업 방지)’ ‘때렸다 하면 슬라이스 훅이 제 멋대로였다(공을 정확히 보라)’ ‘팔로만 쳤다(허리를 꼬거나 스윙 아크를 늘려라)’ 등의 분석은 레슨프로보다 자신이 잘 안다.

세계적인 프로라도 레슨프로는 한명이 아니다. 스윙이 망가졌거나 나아지지 않으면 레슨프로를 해임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미세한 정신 또는 육체의 변화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레슨프로가 조언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거다. 따라서 주말골퍼는 자신을 먼저 점검하는 게 현명하다. 시즌이 끝날 즈음인 요즘이 바로 그 점검 시기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여러번 언급한 것처럼 시즌이 끝난 즉시 골프채를 내려놓으라. 그리고 체력을 다져라. 반복되는 업무에 찌들고, 술자리가 많은 화이트칼라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건 건강이다. 그런 맥락에서 세계랭킹 1위는 못해봤지만, 리 웨스트우드(영국)의 조언이 필자에게는 가장 와 닿는다. 그는 장타 비결에 대해 “하체를 단련하라”고 말했다. 단언하지만, 하체를 단련하면 무조건 골프를 잘 칠 수 있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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