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테러 vs 9ㆍ11 테러 금융시장

지난 13일(현지시간) 금요일.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테러가 터졌다.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한편에선 2001년 9ㆍ11 사태와 맞먹는 테러라고 평했다. 국제금융시장도 긴장했다. 다행히 프랑스 테러 이후 국제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도심에서 연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사진=뉴시스]

‘13일의 금요일’이었다. 그날 프랑스 파리에선 2001년 미국 9ㆍ11 테러와 맞먹는 수준의 테러 가 발생했다.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장을 포함해 ‘바타클랑’ 극장, ‘벨 에퀴프’ 바, ‘레 칼리온’ 바, ‘프디 캄보주’ 레스토랑, ‘라 카사 노스트라’ 피자가게 등 일반 시민이 밀집해 있는 6곳에서 이슬람국가(IS) 무장괴한 8명에 의한 총기난사와 폭발 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2004년 ‘마드리드 테러 사건’ 이후 서유럽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된 이번 테러로 최소 192명이 사망하고 352명이 부상을 당했다.

국제금융시장도 출렁였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3일 1만7448.07포인트에서 1.16%(202.83포인트) 하락한 1만7245.24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1.12%, 1.54%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낙폭이 컸다. 지난 16일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30.27포인트 하락한 1943.02포인트를 기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불안한 장세에 프랑스 테러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더 큰 문제는 프랑스 경제 성장의 둔화세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와 달리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분기 0.7%에서 2분기 0%로 크게 떨어졌다.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9월 18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1’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2’로 하향했다. GDP의 97.5%에 달하는 정부 부채(올 1분기 기준 2조894억 유로ㆍ약 2596조4764억원)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러까지 터져 프랑스를 찾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실제로 테러 발생 다음날인 14일부터 18일까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통해 유럽 여행을 취소한 국내 관광객은 564명에 달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여행업이 프랑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번 테러가 프랑스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연말 소비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테러로 인한 소비둔화 우려는 유로존 경기회복에 좋지 않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격탄 맞은 프랑스 관광산업

그렇다면 프랑스 테러 사건이 세계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표 사례는 ‘9ㆍ11테러’다.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조직한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납치한 비행기가 미국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건물과 국방부 ‘펜타곤’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2987명이 사망했고 30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제금융시장도 초토화됐다. 테러 직후 뉴욕증권거래소는 폐쇄됐고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유가는 폭등했다. 소비지 신뢰지수ㆍ소비수요ㆍ신규투자 등 경제지표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1년 8월 114.0을 기록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테러가 발생한 9월 97.0으로 떨어졌고 11월에는 82.2로 급락했다.

▲ 프랑스 테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존과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테러 사건 6일 후인 9월 17일 증권시장이 문을 열자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테러 발생 전인 9월 10일 9605.51포인트에서 684.81포인트(7.1%)나 폭락한 8920.70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고, 9ㆍ11 테러가 터진 지 열흘 만인 9월 21일에는 8235.81포인트까지 추락했다. 다우지수는 테러가 터진 날로부터 3개월가량 흐른 후에야 테러 이전 수준인 960 8.0포인트를 회복했다.

문제는 파리 테러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9ㆍ11 테러’의 전철을 밟느냐는 거다. 초반 흐름은 엇비슷하다. 다우지수는 테러의 지난 13일 영향으로 202.83포인트 하락해 1만7245.2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40.7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는 16일 41.74 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테러의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는 하루 만에 반등했고 유가도 이튿날 40.67달러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미국의 9ㆍ11테러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파리 테러 사건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호철 인천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파리 테러 사건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침체는 테러 공포를 조성하려 IS가 노리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정부정책을 사용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테러 가능성이 관건

하지만 신중론도 적지 않다. 추가 테러가 발생한다면 국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조원희 국민대(정치행정학) 교수는 “IS는 자금력과 지역 기반 등을 갖춘 단체라는 점에서 테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경제주체의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IS의 추가 테러 가능성이 국제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거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금융 시장 변동폭 확대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정상화 과정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태가 유럽의 내수는 물론 중국의 수출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럽의 회복세가 약한 상황에서 내수마저 위축될 경우 경기회복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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