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SDR 편입 손익계산서

▲ 중국 위안화가 IMF SDR에 편입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말만 무성하던 위안화의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위안화의 SDR 편입이 결정되면 많은 상황이 달라질 게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이 위안화 보유량을 늘리고, 위안화 결제비중도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중국 위안화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담당관의 권고안을 지지한다.” 터키 안탈리아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지난 16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힌 지난 13일 성명에 이어 두번째 지지 발언이다. 특히 16일 성명에는 위안화를 지지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담겨 있다. “…IMF 담당관들은 평가보고서에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위안화가 ‘자유로운 사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16일 성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안화 SDR 편입의 최대 걸림돌이라던 ‘자유로운 사용 요건’을 IMF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SDR 통화가 되려면 ‘수출 요건’ ‘자유로운 사용 요건’ 등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 1위 무역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요건’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용 요건’은 딴죽 걸 만한 요소가 많았다. 국제 결제통화 가운데 위안화 비중이 2.79%를 기록, 엔화를 따돌렸지만 중국 정부의 외환거래 규제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환율제도 역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택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 16일 성명의 함의(IMF 담당자들이 위안화가 자유로운 사용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IMF 회원국 7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IMF가 공식 지지를 선언한 마당에 이를 반대할 회원국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위안화의 SDR 편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위안화 SDR 편입 초입기

SDR은 1969년 IMF가 달러 가치의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통화다. IMF와 각국 중앙은행이 거래를 할 때 환산 단위로 사용된다. SDR에 편입되면 각국이 위기를 대비해 쌓는 ‘준비통화’로 인정받는다. SDR은 현재 미국 달러(41.9%), 유로(37.4 %), 영국 파운드(11.3%), 일본 엔(9.4%)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30일 IMF 이사회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이 결정되면 그 비중은 14~16%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대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다. ‘위안화의 파워’를 미국ㆍ일본독일 등 강대국이 인정한 것이라서다. 세계 각국의 위안화 보유량도 한껏 늘어날 게 분명하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1조 달러어치의 외환보유액이 위안화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질 공산이 크다는 거다.

한국 역시 새로운 위안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위안화의 SDR 편입은 상징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큼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의 비중, 위안화 허브 구축 등을 지금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기현 더스쿠프 기자 Lk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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