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통과되면…

“국회서 잠자던 주요 민생법안 여ㆍ야 극적 합의.” 사는 게 고달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기다리는 뉴스가 아닐까.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물론 기대는 많이 하지 마라. 19대 금배지의 성향을 봤을 때 민생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제로’다.

▲ 우리나라 서민은 민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얼어붙었던 19대 국회에 다시 활력이 감돈다. ‘빈손국회’라는 오명을 쓰고선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민생은 늘 뒷전이던 여야 의원들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마음가짐을 고쳤다. 그리고 2015년 12월 6일, 시민단체가 주장하던 주요 민생법안들이 극적으로 통과됐다.

민생법안이 통과된 서민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먼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어지럽히던 ‘전세깡패’가 사라졌다. 전세금을 집주인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현행 2년의 전월세 계약기간을 4년(2+2년)으로 연장하면서 재계약할 때는 임대료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전월세 전환율도 6%에서 4.5%로 낮아졌다. 1억원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연간 600만원(월 50만원)이던 월세 금액이 450만(월 37만5000원)으로 줄었다. 주거난에 시달리던 서민이 한시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전화를 달고 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도 줄었다. 분리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다. 이 제도는 이동통신사의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따로 구분해 소비자가 그 출처를 알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판매 장려금이 공개된 덕분에 그간 100만원을 호가하던 단말기 가격에 낀 거품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는 단말기별 지급 보조금을 확인한 다음에 어떤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30만원 안팎에 불과하던 보조금 상한액도 폐지됐다. 서민이 웃을 수 있는 소식은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통신 기본요금 1만1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통신사의 시설 투자를 위해 쓰였던 고정비를 서민이 대신 낼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통신 기본요금 사라져

‘을乙’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대리점 사업자의 삶도 한결 나아졌다. 특히 대리점 본사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줄었다. 남양유업 방지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중소상인 관련 보호법에서 제외돼 있던 대리점주도 법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대리점 본사는 물량 밀어내기, 영업비용 전가 등 ‘갑甲질’을 부리면 손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공사비를 부풀렸던 거품도 빠졌다. 가맹본부가 지정한 비싼 공사업체의 시공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선정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됐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법 개정으로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이 논의를 거부하거나 합의에 소극적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활용할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의 일부 개정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조정기간이 1년으로 제한됐다. 이 기간 내에 조정을 못하면 중기청이 직접 적합업종을 심사한다. 강제력이 생긴 것이다.

외국과의 통상 마찰을 이유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반대하던 대기업의 논리도 뒤집어졌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가의 중요 정책을 목적으로 한 조치는 (해외 정부 및 기관이) 문제 삼지 않는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경기침체 완화에 도움될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는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늘리는 민생법안

실업 문제도 실마리를 찾았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취업문이 넓어졌다. 공공기관과 상시고용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인 대기업은 일정 비율의 미취업 청년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와 같이 청년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겐 고용부담금이 부과된다. 고용의무를 이행한 사업주는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도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옛 근로기준법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 유급 휴일과 유급 휴가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근로시간에 비례해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과거엔 일하다가 다쳐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가능해졌다.

건설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근로자의 임금문제가 개선된 건 대표 사례다. 적정임금제가 시행되면서, 지자체마다 책정된 임금이 발주처에서 건설노동자에게 전달된다. 그 결과, 최소 2단계를 거치면서 떼이던 소개비가 노동자의 몫이 됐다.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자가 공사를 ‘전혀’ 하지 않고 하도급에만 몰아주면서 발생한 다단계 구조도 개선됐다. 미국과 독일처럼 원도급자의 직접시공을 강제하는 법이 통과된 결과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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