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의 청년실업 해소법

▲ 올 10월 고용지표가 개선됐지만 청년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사진=뉴시스]
우리 역대 정부가 청년실업을 풀겠다고 도입한 인턴제. 그 성과를 따져 봤는가. 아쉽지만 부작용이 더 큰 듯하다. 청년이 취업할 수 있는 문이 갈수록 좁아지자 인턴제가 ‘좋은 일자리’를 줄이는 ‘나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답은 민관협력에 있다.

실업률이 23개월 만에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629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만8000명이 증가했다. 그 결과, 실업률은 3.1%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2013년 11월 이후 23개월 만의 하락이다. 특히 15~29세 청년 실업률은 7.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떨어져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용지표가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실업률 하락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고용률이 올라가면서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거다. 문제는 실업률 하락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청년실업률이 특히 그렇다. 왜일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구직활동이 줄어서 청년실업률이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비경제인구에 포함되는 취업준비생은 지난 10월 6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했다. ‘실업률 하락이 통계의 착시효과’일지 모른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다.

청년실업 문제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화두로 떠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문제에 불을 붙였다. 세계 불황에 맞서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정규직 채용 자체를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ㆍ계약직 등 불안정한 고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인턴제도의 변질이 치명적이다.

정규직 채용의 예비 단계로 여겨지던 인턴은 김대중 정부 이후 정부가 ‘인턴제’를 실시하면서 그 의미가 변질됐다. 인턴제가 되레 청년의 좋은 일자리를 빼앗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물론 역대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실업문제를 통째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종합실업대책을 시행하면서 실업자를 분류해 유형별 대처를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고용 없는 성장’을 실업문제의 원인으로 판단한 노무현 정부는 ‘고용지원센터’를 활용해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고졸 청년의 창업ㆍ취업ㆍ해외 취업 등과 산학연계에 집중했다.
 
주목할 점은 세 정권 모두 중앙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교육의 관점에서 실업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 청년인턴제를 뒀는데, 이 정책은 앞서 언급했듯 청년실업 문제를 심화하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인턴제 고집하는 청년정책

인턴제 등으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자 ‘니트족(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확산되고 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는 거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일본 등 국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 이들 국가는 니트족으로 대변되는 청년실업문제에 대응하고 있을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각 국가는 청년층이 경제 빈곤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현금을 지원하고 구직활동ㆍ직업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필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OECD가 지난 2월 발표한 니트족 관련 보고서에서 언급한 정책은 특별학교 프로그램, 정규학교 지원프로그램, 멘토링 프로그램, 도제제도, 재도전프로그램, 고용 보조 프로그램 등 6가지다.
그중 도제제도는 눈길을 끌 만하다. 청년을 직장에 보내 직업훈련과 교육을 동시에 실시하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초기부터 직장경험을 쌓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특히 도제제도는 저학력 청년이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용보조 프로그램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공 부문이 저학력 청년에게 임시직을 제공하거나 민간 부문이 이들을 채용하면 보조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민간기업 보조금 제도는 저숙련ㆍ저학력 청년의 고용 기회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OECD 국가는 니트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도제제도와 고용보조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의 협력도 시의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

도제제도 벤치마킹할 만해

물론 우리와 OECD 회원국의 정책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목표대상과 프로그램 기간이 크게 달라서다. 하지만 청소년기부터 취업을 준비하게 만드는 제도는 배울 만하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민관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의 역대 정부는 눈앞에 닥친 과제에만 집중해 왔다. 청년실업을 풀 수 있는 장기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을 여전히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직접 인재를 기르는 ‘도제제도’, 채용보조금 제도는 국내 환경에서도 충분히 도입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청년실업문제, 이젠 첫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할 때다.
송민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smj@saesayon.org|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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