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다시 성장할까

“백화점 시대는 마지막 종을 울렸다.” 온라인 채널이 강세를 띠던 지난해부터 나온 분석이다. 하지만 이 분석도 이젠 재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백화점 성장률이 기대치를 웃돌고 있어서다. 온라인 채널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게 첫째 이유지만 백화점의 새로운 전략이 소비자를 관통한 결과이기도 하다.

▲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백화점의 실적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진=뉴시스]
올 10월 백화점(기존 점포)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8% 내외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3% 정도만 나왔어도 만족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8%까지 나와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다. 주목할 점은 이런 호실적에도 백화점주株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소비 위축’ ‘투자 여력 부족’ ‘11월 실적 또다시 부진’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이유에는 한계도 내포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백화점주가 부진한 첫째 이유는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계 구매력은 개선되고 있다. 물가 하락이 원인인데, 이는 가계 구매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백화점의 판매 부진이 소비 위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둘째 이유는 투자 여력이 없다는 거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화장품·유통 업종의 투자 비중을 낮추고, IT·화학·조선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경기 회복기에 내수·유통업종의 주가상승률이 시장 평균을 밑도는 이유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시장 수급의 문제이지만 시간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경기가 좋아지면 유통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백화점 업체의 11월 실적이 다시 부진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10월 실적이 좋아진 것만으로 향후 실적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거다. 10월 실적에 11월 수요가 선반영됐다는 의심도 있다.

하지만 백화점 실적의 회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근거는 제법 많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채널을 대체하던 온라인 채널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 9월 온라인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를 기록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상반기보다는 낮아졌다.

새로운 전략에 발길 돌린 소비자

 
반대로 백화점 구매 건수는 7~10월 4개월 연속 신장할 것이 유력하다. 소비자들의 백화점 출입이 다시 늘어나는 이유는 ‘가격차’가 어느 정도 좁혀져서다. 온라인의 큰 매력인 가격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이 달라진 소비패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도 실적 개선을 예측하게 한다. 백화점은 그동안 온라인으로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가격을 떨어뜨렸고, O2O(On line to Offline) 서비스, 옴니채널 전략도 선보였다. 전통의 오프라인에 온라인의 장점과 접목하면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확대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소비 환경과 산업 데이터가 바뀌고 있다. 백화점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조금씩 나오는 이유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forsword@hanafn.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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