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마탄의 사수
‘마탄의 사수’를 작곡한 ‘카를 마리아 폰 베버’는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늑대의 계곡에서 마법의 총알을 만드는 장면에 사용된 어두운 단조와 클라리넷의 낮은 음역, 공포를 자아내는 여러 현악기의 연주에 맞춰 읊조리는 사탄과 카스파르의 대화는 이 오페라의 백미다.
이야기는 체코의 서부지역 보헤미아에서 시작된다. 시대는 1650년께 독일의 구교와 신교사이에서 벌어진 30년 전쟁 직후다. 늙은 산림관리인 ‘쿠노’는 딸 ‘아가테’를 젊고 능력 있는 사수 ‘막스’와 결혼시키고 그에게 산림관리인의 지위도 물려주려 한다. 하지만 사격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이 산림관리인이 될 수 있다는 전통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평소 실수가 없던 막스는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 사격 연습에 임하지만 계속된 실패에 절망한다. 이때 또 다른 사수 ‘카스파르’가 그에게 접근한다. 그는 아가테에게 흑심을 품었으나 거절당한 교활하고 비열한 남자였다. 유능한 사수가 되기 위해 사탄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인물이기도 했다.
카스파르는 ‘마법의 탄환’을 막스에게 주며 하늘의 독수리를 맞혀 보라고 제안한다. 막스가 쏜 마법의 탄환이 독수리를 맞히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카스파르는 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방금 쏜 총알은 백발백중의 마법의 탄환이니, 그 총알로 경기에 참가해 보라는 내용의 제안이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막스는 사랑하는 아가테와 결혼하기 위해 카스파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는 사탄 ‘사미엘’과 계약 기간이 만료돼 영혼을 내줘야 하는 카스파르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만든 계획이었다. 이를 알 리 없는 막스는 늑대의 계곡에서 마법 재료를 사용해 7발의 마법의 총알을 만든다. 문제는 7발의 총알 중 6발은 백발백중 명중하지만 마지막 총알은 사탄의 소유로 아가테가 맞도록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막스는 이 총알을 이용해 사격 대회에 출전, 출중한 사격 솜씨를 뽐낸다. 대회를 주최한 왕자는 마지막 총알로 나무 사이에 있는 비둘기를 맞히라고 명령하고 총알을 다 써버린 막스는 어쩔 수 없이 7번째 총알이 담긴 총을 나무 사이에 겨눈다. 이때 자신이 비둘기가 돼 죽는 꿈을 꾼 아가테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사격을 중지하라고 외치며 나무 사이에서 뛰어나오지만 총구를 떠난 총알은 아가테를 향한다.
이때 아가테의 뒤에 서 있던 수도자가 그녀를 밀치고, 총알은 아가테 대신 카스파르 가슴에 명중한다. 하늘의 뜻이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탄의 진짜 피해자가 된 카스파르 덕분에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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