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휩쓸려 보험 가입하지 말아야

▲ 금융회사가 강조하는 노후 준비 기준은 비현실적일 때가 많다.[사진=아이클릭아트]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금융회사 광고들이 쏟아져 나온다.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거다. 모두가 100세 가까이 살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런 광고에 휩쓸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노후를 준비하는 게 옳은 걸까.

한 보험사 광고 중에 ‘당신의 자산진단을 받아보라’는 문구를 본 적 있는가. 진단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거나 여러 가지를 대비해야 하는 분야(상속ㆍ저축 등)를 종합진단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진단의 결론은 하나다. 보험상품으로 미래를 대비하라는 거다. 이 보험사는 이전엔 ‘당신의 보장자산은 얼마인가’라는 보장자산 캠페인을 벌였다. 이 광고의 목적도 종신보험에 가입하라는 거였다. 10여년 전 ‘재무설계’를 통한 보험상품 가입이 유행했을 때도 역시 답은 보험 가입이었다.

사실 재무설계 서비스나 자산진단 컨설팅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현재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미래를 대비하게 만들어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보험사가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자사의 상품만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종신보험을 권유하기 위해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거나 목표 자금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해 잘못된 투자 의사결정(무리한 연금 저축액 설정 등)을 유도하는 보험사도 있다.

예컨대 노후설계의 경우, 보험사는 노후를 시작하는 시기나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설정할 때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금액을 부른다. 주 1회 골프를 치고, 월 1회 이상 국내여행을 다니고, 분기마다 한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게 과연 현실적인 목표일까.

비현실적인 재무컨설팅은 장기 불입해야 하는 연금상품의 특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기상품의 장점(복리효과)을 누리기도 전에 중도해약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도해약을 하면 보험사는 아무런 손해가 없고 오히려 이익이다. 손해는 가입자들의 몫이다.

 
소비자들이 금융회사의 ‘호구’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대안은 없을까. 연금을 대하는 한가지 팁이 있다면 금액에 상관없이 오래 불입하라는 거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연금은 흔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가지다. 금융회사들이 권유하는 연금은 개인연금이지만 일단은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국민연금을 오래 불입하는 게 가장 좋다. ‘기간’은 나중에 연금액을 산정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생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연금상품은 없다. 개인연금을 불입하기 위해 국민연금 불입을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개인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상품은 불입액보다는 기간이 중요하다. 때문에 불입 가능한 금액의 50~70% 선에서 가입하고, 1년 후 불입액을 늘리는 방법을 권한다.

혹자는 이런 연금상품들로만 미래를 대비해도 되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걱정하면 현재의 삶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의료비를 걱정하며 아까운 돈을 보험에 쏟아넣는 것보다는 오늘 당장 담배나 술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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