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 (18) 김승남 조은시스템 회장 편

직업군인 출신으로 쉰둘에 조은시스템을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키운 김승남(74) 회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누구나 ‘작지만 좋은 성공’은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작은 성취도 그 과실을 남들과 나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성공이라고 말했다.

 
Q 멘티가 멘토에게

어른들은 항상 우리에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합니다. 공부하느라 우리도 나름대로 힘듭니다. 어른들의 세상은 대체 얼마나 힘들었나요? 어른이 되면 나도 그 힘든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야 하나요? 힘들게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하나요?

A 멘티가 멘토에게

“나는 김승남 회장이 장병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군 복무기간을 꿈을 실현하는 과정의 일부라 생각하고, 알차고 의미 있게 보냈다.’”소셜네트워크 설립자이자 대표인 박수왕 사장이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박 사장은 국내 첫 캠퍼스 애플리케이션 ‘원캠퍼스’를 선보인 벤처 스타인데 그가 군 복무 중일 때 나의 특강을 듣고서 분발해 전역 후 같이 근무한 친구들과 만든 회사가 소셜네트워크입니다. 그 특강이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하더군요. 군대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힘듭니다.

나는 키가 작습니다. 성장기에 너무 많이 끼니를 거른 탓이죠. 나의 아버지는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봉급까지 털어 베푸는 바람에 처자식 고생을 많이 시켰어요. 학비도 과외를 해 벌어야 했습니다. 그땐 원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역경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버지가 그 시절에 베푸신 덕인지도 몰라요. 어쨌거나 나도 남에게 주기를 좋아합니다.

청춘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인 건 맞습니다.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꿈꾸는 시기가 고정돼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이 들어 좌절을 겪고 나서 꿈을 꾸기도 하고, 평생 제대로 꿈을 꿔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21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후 전역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군대에서 처음엔 잘나갔어요. 대학 졸업 후 갑종간부후보생으로 입대했는데 8년 만에 특진해 소령이 됐어요. 선두주자였죠. 하지만 그땐 겸손하지 못해 질시의 대상이 됐고 결국 불운하게 전역을 했습니다. 그 후 재정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았어요. 4년 동안 외식 한번 안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그 빚을 다 갚았습니다.

군 출신으로 11년간 금융계에 종사하는 동안엔 비주류로 살았습니다. 오십을 넘긴 나이에 IT업계에 뛰어들었는데 젊은 IT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라고 해서 나더러 ‘돌IT인’이라고 했어요. 이런 인생 역정을 통해 비주류를 긍정하는 자세가 몸에 뱄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 누군가 베푸신 특별한 은총입니다. 누리고 즐기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거죠. 나쁜 상황을 피할 순 없더라도 즐길 순 있어요. 삶을 즐기고 싶나요? 세 가지 매직을 알려드리죠.

첫째 항상 감사하십시오. 감사하지 않으면 감사할 일도 안 생깁니다. 나는 예기치 않은 전역도, 빈털터리로 만든 파산도 더 나쁜 상황을 떠올리며 감사했습니다. 둘째 자기를 낮추세요. 멀리뛰기할 때 자세를 낮추듯이 자기를 낮춰야 도약할 수 있습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겸손한 태도가 몸에 배면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과 길을 떠나도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고 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늘 자기계발에 힘쓰세요. 난 70여년 살아오는 동안 바둑, 컴퓨터, 인터넷, 외국어에 순차적으로 마쳤었고, 80대엔 엔터테인먼트, 90대엔 고고학ㆍ인류학에 미쳐볼 생각입니다. 컴퓨터에 빠졌기에 쉰둘에 조은시스템을 설립했고 인터넷에 미쳤었기에 잡코리아를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를 불편 없이 하고 중국어로 강의도 합니다.

구직난 속에 중소중견 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중견기업도 우수한 사람은 뽑기가 어렵죠. 젊은 세대가 공무원과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청춘일 땐 삼성과 현대가 대기업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대기업이었던 대한방직대한조선공사 같은 회사는 그 후 사세가 위축됐거나 매각됐죠. 대기업도 이렇게 사세가 기울 수 있습니다.

손길승 전 SK 회장이 SK의 전신인 선경직물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이 회사 역시 큰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손 회장은 오너를 도와 이 회사를 대기업으로 키웠고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 회장까지 지냈죠. 그분처럼 작은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해 큰 회사로 만들어 보세요.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경영을 잘 못하거나 위기를 맞으면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망해도 작은 회사 쪽이 공부가 더 많이 됩니다. 그 경험을 살려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자기 회사를 차리는 창업을 할 수도 있어요. 아, 작은 회사를 고를 땐 오너를 봐야 돼요. 사심이 없는 사람인지, 회사 일에 전력투구할 사람인지 따져 보세요. 여러분 세대는 첫 직장에서 정년을 맞을 생각 하면 안 됩니다.

작은 회사 들어가 함께 성장하라

잡코리아를 창업할 때 자본금이 3억원이었습니다. 돈이 없어 봉급을 적게 주는 대신 네명의 창업 멤버들에게 지분 50%를 줬습니다. 이들은 헌신적으로 일했고 회사 매각 후 30억~60억원씩 벌었어요.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지만 먼저 주고 나면 알파가 붙어 돌아옵니다. ‘T(Take)=G (Give)+알파’죠. 내년부터 청년 캠프를 하려고 하는데 손해 볼 줄 알고, 질 줄도 줄 줄도 아는 사람을 뽑을 겁니다. 바로 리더의 자질이죠. 루저 같지만 진정한 위너이고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될 겁니다.

성공하고 싶습니까? 좋은 성공을 하려면 좋은 가치관을 내면화해야 합니다. 좋은 성공은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을 드높이는 게 아닙니다. 권력을 손에 넣는 것도 아닙니다. 작은 성취를 했더라도 그 과실을 남을 위해 가치 있게 쓰는 것, 거기까지 나아가야 좋은 성공입니다. 사실 누구나 ‘작지만 좋은 성공’은 거둘 수 있습니다. 성공의 과실을 남들과 나눠야 하는 것은 그게 나 혼자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의 성공엔 다른 사람 몫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어쩌면 진정 성공적인 삶인지도 몰라요. 적어도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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