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체중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음식 관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운동으로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사람은 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버틸 수 있는 능력, 즉 검약 유전자를 가진 자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하루로 본다면 23시간59분57초 동안 굶주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세월 기아를 경험한 인간의 몸이 생존하기 위해 채택한 방식이 바로 지방저장 능력이다.

약간의 잉여 에너지라도 지방으로 저장하고 기아 상태 시 꺼내 쓰게 돼 있다. 저축의 근검절약 정신과 매우 흡사하다. 알뜰히 모은 돈을 쉽게 쓸 수 없듯, 우리 몸 역시 살뜰히 모은 지방을 잘 내어주지 않는다. 내놓더라도 포도당(신용카드), 글리코겐(현금), 지방(보험금)의 순서다.  운동에 집착하기 전에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의 효과는 혈액순환 촉진을 통한 면역력 증강, 자존감 회복 등으로 많지만 정작 체중 감소 효과는 미비한 편이다.

가령 하루에 500㎉를 소모하는 운동(1시간에 4㎞ 가는 정도)으로 줄일 수 있는 체지방의 양은 70g에 불과하다. 직장인이 월 2㎏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이 정도의 운동을 소화할 수 있을까. 직업적으로 운동하거나, 퍼스널 트레이너가 붙어 관리를 받는 연예인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운동 몇번 하고 체중계에 올라 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몸을 쓰는 것보다 먹는 것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체중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움직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먹느냐에 달렸다. 이런 맥락에서 폭식이나 과음은 다이어트에 치명적이다. 통제되지 않는 과한 운동도 문제가 된다. 장시간의 운동이 식욕을 부추기는 대표 사례가 등산이다. 먹기 위해 몸 푸는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산 밑엔 유독 음식점이 많다. 폭식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거다.

조기 축구와 심야 배드민턴도 문제가 있긴 매한가지다. 심지어 축구 동호회의 어떤 이는 일요일 새벽에 신고 나온 축구화를 월요일 새벽에 벗기도 한다. 점심ㆍ저녁, 당구장 술 내기, 노래방까지 섭렵한 경우다. 배드민턴의 경우 운동이 끝난 후 맥줏집에 모여 셔틀콕처럼 술잔을 주고받는다. 운동은 건강의 유지나 증진을 목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일이지, 끝난 후 걷은 회비로 무엇을 먹는 게 아니다.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경조사를 쫓아다니는 상조회로 변질되거나, 걷은 돈의 지출 여부를 놓고 회원 간 갈등을 빚기도 한다. 운동으로 시작된 모임이 회칙이나 정관을 고치기 위해 저녁 술자리를 갖거나, 공 몇번 찬 사이인데 상가喪家에서 밤을 새워 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년 이후 술과 관련된 인간관계의 폭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배겨날 도리가 없다. 건강에 우선하는 건 없기에 하는 얘기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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