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취임 3개월 성적표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화학적 통합의 방법으로‘감성통합’을 제시했다.[사진=뉴시스]
평사원 출신의 함영주(60) KEB하나은행 은행장은 유력 후보들을 줄줄이 따돌리고 ‘은행장’의 자리에 앉았다.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꾀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일 취임한 지 3개월, 그는 ‘화학적 통합’을 얼마나 이뤄냈을까.

지난해 7월 3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통합 대박론’으로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갈등이 시작됐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하나은행이 조기통합에 합의한 것은 1년여가 흐른 올해 7월 13일이었다. 통합은행명은 KEB하나은행으로 결정했다.

또한 합병 이후 2년간 인사운용체계 이원화, 이원화 운영기간 중 교차발령 시 별도 합의, 고용보장과 인위적인 구조조정 지양, 출신ㆍ지역ㆍ학력 등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금지 및 공정한 대우 보장, 외환 노조의 분리교섭권 보장, 총회 참석 징계 직원의 징계 철회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외환노조와 하나은행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노사 갈등은 지난해 9월 진행된 외환노조의 임시조합원총회가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외환은행은 근무시간대의 총회는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직원 898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외환노조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합 활동이 회사측의 방해로 무산됐다며 맞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외환노조는 “외환은행 직원의 88.1%가 조기합병에 반대” “86.9%가 조기합병 동의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외환은행 측은 은행 직원의 90%가 통합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답한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책임공방과 법적소송을 겪어야 했다.

이런 갈등 때문인지 조기통합의 관심은 초대 통합은행장 선정으로 쏠렸다. 외형적 통합은 물론 빠른 시일 내에 화학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김한조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외환은행장)이 초대 통합은행장을 차지할 것이란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김정태 회장이 김한조 부회장에게 조기통합 협상의 전권을 위임하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환은행 출신으로 외환은행 직원의 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조기통합 논의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노조의 신임을 잃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김 전 행장이 노조와 소통에 실패하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며 “특히 총회 참석 직원의 대량징계로 노조는 물론 직원의 반감을 샀고 이후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화학적 통합 적임자로 주목

이런 상황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인물이 함영주 부행장(현 KEB하나은행장)이었다. 함 행장의 강점은 개인과 기업영업을 두루 거친 ‘영업통’이라 점과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함 행장은 남부지역본부장, 대전지역본부장을 거쳐 현재 충청영업그룹 총괄을 담당하는 등 지역 영업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다. 특히 대전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2009년부터 충청지역을 맡았고 지역밀착형 영업으로 2013년엔 충청영업그룹의 실적을 전국 1위로 끌어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 행장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영업력”이라며 “통합은행의 영업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면에서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손발이 잘 맞는다는 것도 유효했을 것”이라며 “하나-외환 은행직원의 반발이 가장 적았다는 점도 행장 발탁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함 행장의 친화력과 성실함을 강점으로 꼽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행원출신으로 행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라며 “성실함과 근성은 물론 직원의 이름을 기억하는 특유의 친화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함 행장의 최대 과제는 얼마나 빨리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달성하느냐다. 함 행장은 취임 당시 “두 조직이 합쳐질 시기는 통합 후 3개월이라고 생각한다”며 “방법은 감성통합”이라고 말했다. 함 행장은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두 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위해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점 방문을 통해 직원과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함 행장 역시 피인수은행인 서울은행 출신이고 오랜 지방생활로 직원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출신성분과 인맥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직원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나-외환은행이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융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사진=뉴시스]
함 행장의 노력은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지부와 ‘노사 상생’ 타협을 이룬 것은 첫번째 성과다. KEB하나은행과 외환노조는 통해 상생과 협력의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외환은행 출신 직원의 올해 급여 인상분을 전액 반납하는 데 합의했다. 금융권은 취임 2개월만에 피인수 노조와의 타협을 이끌어 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어떻게 융화시키느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지난 9월 21일 ‘청년희망펀드’를 출시하면서 직원에게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 10월 13일 하나금융그룹 통합 포인트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출시하면서 계열사 직원 1인당 가입자 50명 이상씩 유치해 올 것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감성통합 직원 마음 움직일까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KEB하나은행 안팎에서 이런 논란이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은 하나은행의 경우 상명하복식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지만 외환은행은 보다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 통합 이후 새로운 사업이 진행되면서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하다보니 발생한 논란”이라며 “두 은행의 기업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은행 출범 초기인 만큼 다양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함 행장의 화학적 통합 노력에 속도가 붙고 내년 6월 IT통합이 이뤄지면 진정한 원뱅크(One-Bank)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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