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이상한 뇌물사건

▲ 매일유업이 뇌물사건에 휘말렸다. 매일유업은 직원의 개인적인 비리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대기업 실무자 2명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 총 1억8000만원어치다. 거래선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뇌물 사건이 일어났다. 더구나 실무자급에게 전달된 것치곤 금액이 많다. 이 뇌물, 과연 실무자에게만 전달된 것일까. 매일유업의 ‘뇌물 스캔들’, 더스쿠프(The SCOOP)가 파고들었다.

매일유업의 ‘뇌물 스캔들’이 터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3일 협력업체로부터 물품 공급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매일유업 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납품 대가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다. 검찰에 따르면 매일유업 구매부 직원 A차장과 B과장은 3년에 걸쳐 납품업체 현대씨앤피로부터 각각 1억3000만원과 5000만원을 받았다.

언뜻 평범한 뇌물 사건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납품업체 ‘현대씨앤피’를 중심으로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이 회사는 라벨 인쇄가 주요 업종이다. 매일유업에는 우유팩을 납품한다. 대對매일유업 매출 비중은 상당히 높다. 2013년 기준 이 회사의 총 매출에서 매일유업은 44%, 매일유업의 자회사 제로투세븐은 11%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거래 관계가 ‘긴밀하다’는 방증이다.

두 회사의 관계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친동생 김정석 전 매일유업 부회장은 2006년 4월 10일~2012년 3월 31일 현대씨앤피의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같은 기간 주식 50%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씨앤피와 김 전 부회장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얘기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이 2012년 초 등기이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지분도 팔았다”면서 “현대씨앤피와 매일유업 일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대씨앤피와 김 전 부회장의 경영적ㆍ법적 관계가 매조지됐음에도 두 회사의 거래관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씨앤피의 매출 중 상당수는 여전히 매일유업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씨앤피 측이 매일유업의 실무자급에게 뇌물 1억8000만원을 상납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검찰이 이 뇌물 스캔들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매일유업의 어느 선까지 이 뇌물이 전달됐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된다면 매일유업의 경영에 ‘경고등’이 울릴 수 있다. 매일유업의 실적이 이런 리스크에 의연하게 대처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서다. 매일유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86억원으로 전년 동기(151억원) 대비 45%나 감소했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우유 소비량 탓이다.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8.1㎏(2012년), 27.7㎏(2013년), 26.9㎏(2014년)으로 3년째 감소세다. 

하지만 매일유업 측은 직원의 개인 비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임원 등 윗선이 연루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회사 차원으로 확대되는 일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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