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 저성장 탈출 전략

▲ 국내 패션 시장은 민간 소비 증가율 수준의 제한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국내 패션 시장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3%를 넘지 못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솟아날 구멍이 없겠는가. 소비 트렌드를 발빠르게 체크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한다면 성장 궤도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 1980~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9%, 2.6%. 국내 패션 시장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다. 규모로 보면 올해 38조원, 내년 39조원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션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민간 소비 증가율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돼서다. 그럼 패션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을까. 극단적으로 사양산업으로 치부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 산업에 있는 모든 기업의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니다. 소비 트렌드에 적절하게 발맞추고 있는 기업 중 상당수는 여전히 성장세를 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소비자는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라이프스토어 숍 형태의 매장을 선호한다. 쇼핑을 구매 행위가 아닌 ‘경험’의 측면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한 업체는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 예컨대 한섬 ‘더캐시미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JAJU’ 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소비 트렌드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체크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우선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상위-최하위 소득군의 의류비 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의 격차가 2013년 1월 ‘9’에서 2015년 10월 ‘19’로 10포인트 벌어졌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합리적·가치 소비를 추구하면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특히 저렴한 제품보다 높은 매력또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중간 가격대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지향하는 고가 시장, 가격을 지향하는 저가 시장으로 소비자가 양분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소비 양극화 시대에서 패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조건은 계열사 내 유통망 보유다. 이는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집객에 유리한 매장 배치, 백화점 직접 마케팅(DM) 등을 통해 기존 브랜드의 집객력과 신규 브랜드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둘째 조건은 고가 시장에 브랜드력을 구축하는 거다. 요즘 소비자는 가치 소비를 추구한다. 가치 있다고 판단하면 지갑을 여는 게 요즘 소비자의 심리라는 거다. 따라서 브랜드력을 높여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면 패션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공산이 커진다. 셋째 조건은 고가와 저가 라인업을 동시에 구축하는 거다.
 
그러면 양극화된 소비자의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 예컨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마트 기반의 캐주얼 브랜드 ‘디자인 유나이티드’ ‘데이즈’ 등을 통해 저가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해 고가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넷째 조건은 패션업 이외의 사업 영역 확장이다.

국내 패션 시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민간 소비 증가율 수준의 제한된 성장을 하고 있다. 패션업체가 새로운 사업영역에 진출해 성장 기반을 다각화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패션업체가 주목해야 할 건 ‘소비 양극화’만이 아니다. 소비 주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의 행보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는 1980~1990년대(15~34세)에 태어나 21세기 초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자란 세대다. 밀레니얼 인구의 30%가 하루에 4대 이상의 전자기기를 이용할 정도로 디지털기기 사용이 일상화돼 있다.

이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좋은 상품을 보는 안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은 세대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만 동시에 근거 없는 낙관주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제1 투자대상은 ‘자신’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운동 관련 소비가 유독 많은 이유다.

패션업체가 스포츠 웨어에 신경을 써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들 세대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높아지고 있다. 운동할 때는 후줄근한 티셔츠가 아닌 몸에 딱 맞는 예쁜 애슬레저 룩(애슬레틱+레저, 가벼운 스포츠웨어)을 찾는다. 갈수록 확대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때가 202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동안 온라인 채널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고가 패션업체들은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온라인 상품=저가’라는 인식 때문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진출을 꺼리던 샤넬·버버리 등 럭셔리 브랜드가 잇따라 온라인몰을 론칭했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패션업체들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고가 패션업체들 역시 밀레니얼 세대와 눈높이를 맞추려 애쓰고 있다는 거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나가야 할 방향도 여기에 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hy.lee@hanafn.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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