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vs 중기청 5년째 핑퐁게임 “주무관청 우리 아니야”
지경부 vs 중기청 5년째 핑퐁게임 “주무관청 우리 아니야”
  • 김다린 기자
  • 호수 168
  • 승인 2015.12.0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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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유통상인연합회 법인 인가 안 나는 이유

▲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출점 규제,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의 권익증진을 위해 활발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다.[사진=뉴시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전유연). 이 단체는 출범한 지 5년이나 됐지만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못했다. 법인 인가를 신청할 때마다 반려되고 있어서다. 전유연 사람들은 ‘우리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말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의혹에 펜을 집어들었다.

“2005년 무렵이었을 겁니다.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에 맞서 골목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된 게 말이죠. 정부 지원금을 받는 상인단체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것도 이 무렵이구요. 2010년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출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배재흥 전국유통상인연합회(전유연)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전유연은 2010년 출범 이후 ‘을乙’의 목소리가 부각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전유연이 유통산업발전법 제정(전통시장 반경 1㎞ 안에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배 총장은 “그럼에도 정부의 인가를 받지 못한 임시단체의 자격으로 낼 수 있는 목소리에 한계가 있었다”며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비영리 사단법인을 신청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단체로 큰 성과를 냈음에도 연합회가 정부로부터 법인 인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충격적이다. 이동주 전유연 정책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가가 나지 않는 이유를 담당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전유연이 정부 유통 정책의 핵심인 복합쇼핑몰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데 통과가 되겠느냐’라고 했다. 이것이 정부가 우리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선이라는 것을 느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전유연의 반정부적 활동 탓에 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전유연의 법인 설립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2010년 5월 설립된 전유연은 법인설립 허가를 위해 중소기업청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주무관청은 중기청이 아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다.” 지경부에 문의했다. 그러자 지경부는 “지경부가 아닌 중기청에 신청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경부와 중기청이 주무관청을 두고 ‘핑퐁’을 하면서 전유연은 혼란에 빠졌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12년 10월 9일에야 주무관청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겼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전유연의 법인 설립 인가를 독촉한 것이다. 당시 중기청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을 재구성했다. 직함은 당시 기준이다.

“반정부적 활동이 문제인가”

전순옥 위원 : “아직까지 전유연의 사단법인 인가를 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태연 전유연 회장 : “지경부에서는 중소기업청 소관이라고 하고, 중기청에서는 지경부 소관이라고 하면서 서로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전 위원 : “중기청장님 사실입니까”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지식경제부에 등록하는 게 ‘법률적으로 타당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전 위원 : “이 내용을 지경부와 협의했는지요”
송 청장 : “아직 거기까지는…”
강창일 위원 : “지경부에서는 누가 왔죠? 지금 얘기 잘 들었죠? 좋은 일을 가지고 시간 끌지 맙시다.”
지경부 정책관 :“네 알겠습니다.”
오영식 위원 : “국감이 마무리될 때쯤 사단법인 등록 문제에 대해서 지경부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상임위에 정식으로 보고를 하세요.”

2년의 기다림 끝에 주무관청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국정감사 직후 전유연은 지경부에 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웬걸, 결과는 ‘신청 반려’였다. 지경부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연합회의 법인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첫째는 전국상인연합회(전통시장 상인),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슈퍼마켓 등 소매업자) 등 유사 법인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설립 목적과 회원 구성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얘기다.

양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유사한 목적의 법인이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전유연의 구성원과 목적은 지경부에서 지목한 전국상인연합회 등과는 차이가 있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유연에 가입한 단체 20여개 가운데 지경부가 언급한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에 속해 있는 곳은 없다. 설립 목적 역시 크게 다르다.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특정 지위를 가진 소상공인의 권익 증진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전유연의 목표는 도ㆍ소매를 총괄한 소상공인의 동반성장이다.

둘째 반려 이유는 더 기가 막히다. 지경부가 주무관청이 아니라면서 반려를 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주무관청은 중소기업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소기업청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정부법무공단의 ‘지경부에 등록하는 게 법률적으로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더불어 지경부는 서류와 정관기능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은 수정ㆍ보완 형태로 가능하기 때문에 반려 사유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 미운털 박혔나

지경부의 반려 사유를 본 한 전문행정사는 이렇게 말했다. “가령 주무관청이 해당 부서가 아니라면 주무관청 부서에 서류를 이관하기도 한다. 한번 법인 신청이 반려되면 다시 신청을 해도 같은 이유로 반려가 되기 때문에 수정ㆍ보완을 지시하는 경우도 많다.” 배 총장은 “우리는 법인 설립이 돼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며 “그저 체계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법인을 신청하는 것인데도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털어놨다.

전유연은 그동안 복합쇼핑몰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수차례 열었다. 이런 활동이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발표한 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전유연 측은 자신들의 단체가 법인 인가를 받지 못하는 것을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정부 측이 법인을 인가하는 주무관청을 5년 넘게 결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오해는 갈등을 부르고, 갈등은 상생을 찢어놓는다. 지금 누가 오해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가.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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