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상가 바꾼 3人의 이야기

▲ 저평가된 노후 건물을 사들여 건물가치를 높이는 리모델링 투자가 인기다.[사진=뉴시스]
요즘 건물주는 갈수록 떨어지는 임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값비싼 임대료를 내려 임차인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1~2개월치 임대료는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해도 공실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낡은 상가를 바꾼 건물주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건물주가 되고 싶거나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고민은 한가지다. 어떻게 하면 투자금액보다 많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해답이 있다. 바로 리모델링이다. 하지만 무작정 남루한 건물이나 상가를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리모델링에도 확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사는 자영업자 박일영(48)씨는 2007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상가빌딩을 50억원에 매입했다. 건물 1층은 편의점, 2~3층은 술집, 4층은 원룸텔이 들어와 있었다.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1300만원의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박씨의 투자 금액 대비 연 수익률은 3.18%였다.

박씨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도중 주말에 관악산 등산객이 사당역 인근에 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종 구성을 바꾸기로 결정한 박씨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으로부터 입점제안서를 받았다.

업체에서 요구한 조건은 보증금 2억원, 월세 2300만원. 건물 외벽ㆍ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커피전문점이 입점 후 박씨의 연 수익률은 5.75%로 크게 상승했다. 돈 한푼 안 들이고 더 높은 임대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마술 같은 상가 리모델링

박씨처럼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고 그 임차인에게 리모델링까지 맡기는 전략이 인기다. 여기서 우량 임차인이란 자금력과 운영능력까지 갖춘 법인 성격의 프랜차이즈 업체를 의미한다. 이들은 본사 차원에서 리모델링 공사 비용을 부담한다. 이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할 수 있다. 특히 이 전략은 역세권 등 입지 여건이 좋고 주거ㆍ상업 지역이 혼합된 상권에서 유효하다.

건물주 본인이 직접 리모델링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건축 기술의 발달로 리모델링만으로도 신축공사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은 3.3㎡(약 1평)당 200만원 전후. 신축 비용의 25~30%선에서 저렴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다 공사 기간도 4~5개월 정도로 짧다는 장점이 있다.

직접 리모델링에 나설 때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수익성이다. 리모델링 건물의 예상 임대수익을 사전에 분석해 투자 금액 대비 수익률을 비교해야 한다. 이 분석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공사기간까지 포함된다. 특히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 이자를 고려해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오성(52)씨의 사례를 보자.

신축공사로 싹 바꿔라

김씨는 경기도 하남에서 20년간 공장을 운영하면서 투자금 40억원을 마련했다. 서울 시내 빌딩을 구입,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김씨는 투자 대상으로 신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서는 서울시 강동구 길동에 있는 상가 빌딩을 선택했다.

이 빌딩은 1983년에 설립된 건물로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지하 1층에는 민속주점, 1층 중국집, 2층 마사지숍, 3층 당구장, 4~5층엔 주택이 둥지를 틀고 있다. 총 임대료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0만원. 수익률만 따져보면 3% 수준이다. 김씨는 이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판단했다. 결국 과감하게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리모델링 비용은 내ㆍ외벽 공사와 엘리베이터 설치, 마감재 변경 등으로 3억원이 발생했다. 공사 기간 4개월 동안 김씨는 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했다. 지하 1층에는 트레이닝센터, 1~2층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3~5층에는 메디컬센터가 들어섰다. 리모델링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임대료는 기존 10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상승했다. 보증금 역시 2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다. 수익률은 7%대까지 솟았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처럼 리모델링이 항상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을 했음에도 공실이 발생한다면 투자비용만 날릴 수 있다. 이럴 땐 과감하게 신축을 결정하는 것도 좋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축 투자비용은 3.3㎡(약 1평)당 400만원 전후. 신축은 해당 상가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기업 건설회사 임원 출신인 황만희(60)씨의 사례를 보자.

황씨는 평생 건설업에 종사해 모은 종잣돈 60억원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투자 대상을 물색하던 중 서울시 은평구 연신내동에 괜찮은 입지의 건물을 찾았다. 역세권에 인접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사무실 빌딩이었다. 하지만 월 1200만원의 낮은 임대료가 걸림돌이었다. 연 수익률이 2%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황씨는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신축을 결정했다. 관련법을 검토해보니 해당 건물을 새롭게 신축할 경우 지하 1층~지상 10층까지 건축이 가능했다. 황씨는 본인의 전공 분야를 살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1년의 시간이 흐르자 낡은 사무실 건물이 대형 상가 건물로 탈바꿈했다. 지하 1층에는 문구ㆍ팬시점, 지상 1~2층은 패스트푸드점, 3~10층은 대형 입시학원에 임대를 내줬다. 은평 뉴타운이 인접한 풍부한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한 그의 빌딩 가치는 현재 120억원을 호가한다. 수익률은 7%대로 올랐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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