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골프를 잘 치려면 무엇보다 시간투자를 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이 시대 화이트 칼라는 여유가 없다. 그래서 보고 듣는 것에 더 집중한다. SNS시대가 되면서 골프 정보는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스윙 분석은 수준급인 이들이 많다. 문제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골프를 잘 치고 싶은가. 그럼 무조건 휘두르고 봐라.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펴낸 「인간의 품격(김희정 역)」은 20세기 인간의 심리를 1950년 전후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1950년 이전은 1ㆍ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긴장과 자기억제가 강조된 시기다. 그 이후는 인간 개개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며 개인 스스로 자신을 특별하게 여긴 시기다.

이 책의 근거는 심리학 자료다. 1948년부터 1954년 사이 미국 고교생 1만명에게 ‘자신은 매우 중요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그렇다”는 대답은 12%였다. 30여년 뒤인 1989년 같은 질문을 했더니 응답률이 80%로 치솟았다. 이런 추이는 2010년에 들어서면서 더 진전해 “나는 특별하다”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거다. 필자는 이 주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필자는 1980년대 골퍼다. “내가 중요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간 ‘또라이’라는 소리를 듣는 시대에 골프를 시작했다. 이 시대에는 겸손이 대세였다. 아무리 공이 잘 맞아도 “오늘은 운이 너무 좋다”고 몸을 숙여야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자 필드에서의 대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넨 나에게 안 돼” “무슨 헤드업을 그리도 심하게 하냐”고 말하는 등 내가 상대방보다 특별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요즘은 가진 것에 비해 과장이 심한 시대다. 특히 화이트 칼라의 여유는 30년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SNS시대가 되면서 ‘모바일 보랴’ ‘인터넷 보랴’ 등 현실에 함몰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이트 칼라는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 골프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매우 바쁜 1980년대를 보냈다. 그래도 그때는 하루 1시간 정도 닭장에서 보낼 여유는 있었다. 1980년대에 골프를 배우려면 신문잡지나 비디오테이프를 보거나 프로에게 개인레슨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보는 것보다 연습이 중요

하지만 요즘은 24시간 골프전문 TV채널 외에 인터넷 레슨 등 기회가 넘쳐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의문이 던져진다.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하나다. ‘연습’이다. 시간투자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1930년대 보비 존스부터 바이런 넬슨, 벤 호간,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 등의 스윙을 분석하고, 그들의 장타 또는 아이언 샷의 비결을 알아내는 데 얼마나 걸릴까. 10여분이면 충분하다. 모든 자료를 금방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골프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이 수준급의 골프해설가다. 조던 스피스나 버바 왓슨의 스윙을 줄줄이 꿰차고 있는 이들도 수없이 많다. 10여년 전만 해도 필자를 우러러보던 친구들이었는데, 골프 스윙 정보에 관한한 이제 필자도 중급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필드만 나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파에 드러누워 리모컨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스윙을 낱낱이 분석한 이들은 필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럴 시간에 필자는 10분이라도 닭장에 가서 스윙연습을 한 까닭이다.

‘마음은 소녀시대, 몸은 이미자’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필자는 소녀시대의 ‘파티’를 100번도 더 들었지만 가사는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동백아가씨’는 2절까지 완벽하게 100번도 더 불렀다. TV나 인터넷에서 아무리 봐도 10분 실전 연습을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다. SNS시대는 특히 운동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나가서 뛰든가, 닭장을 찾아 우선 휘두르고 볼 일이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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