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의 Art talk | 화가 임미령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등산복을 차려 입은 등산객을 흔히 볼 수 있다. 정년이 빨라지고 5일째 근무로 시간적 여유를 가진 직장인이나 일반인이 건강을 위해서 혹은 친목 도모를 위한 산행이 여가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01The Earth- Go,163131호(100호), oil on canvas, 2012
▲ 02 he Earth- Dream,163131호(100호), oil on canvas, 2012

산행을 한다는 것은 예로부터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산행이 유행처럼 번지며 건강을 위한 단순한 산행에서 벗어나 음주와 아웃도어의 패션장이 되고 있다.

건강과 흥, 그리고 패션까지 합쳐진 새로운 산행문화가 생기면서 ‘끼리끼리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가 임미령은 산행보다는 여행을 즐긴다. 그녀의 여행은 건강을 위하고 친목 도모를 위한 게 아니다. 사람에 치이기보다는 자연을 느끼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창작의 모티브를 찾고자 여행길을 떠난다.

발길은 여행으로 이어져
작가에게 있어서 여행은 삶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여행과 삶의 여정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는 임미령은 여행을 통해서 느낀 체험을 화폭 속에 담는다. 2008년作 <꽃의 정원>이 다소 무겁고 모호한 분위기의 뿌연 안개 속에 감춰진 불확실한 세계로 그려졌다면, 2012년 제9회 개인전의 작품들을 보면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분위기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그림의 소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표현 방식이나 구성면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화폭 중앙에 배치한 원형이나 반원형적 구성은 많은 작가가 피하는 화면 배치 방식이다. 그럼에도 임미령은 디자인적 요소뿐만 아니라 화면 구성 방식에서 대담성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구상성과 추상적인 요소를 자유자재로 잇고 풀곤 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땐 삶의 많은 짐을 풀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다. 삶의 짐을 떨어버릴 수 없는 숙제인양 안고 떠날 수밖에 없는 게 또 여행길이다. 하지만 여정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짐들은 하나 둘씩 머릿속을 빠져나간다. 비어있는 머릿 속엔 또 다른 이미지들이 밀려들어온다. 자연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예술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임미령 또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안고 돌아와 이야기를 풀어내듯 화폭에 담고 있다.


 

굴레를 감싸 안으며
‘지구’를 주제로 한 작품전은 여행에서 받은 강한 인상을 화폭에서 풀어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초적 생명력을 원색적인 오방색의 화려한 색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은 그림 속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지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듯 중앙에 버티고 서 있다.
작가는 지구의 사계절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을 화려하게 수놓은 색상들로 표현함으로써 역동적 생명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화려함과 역동성과 대치되게 의자를 배치함으로써 안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기다림이라는 시간을 남겨놓는다. 커다란 나무는 위압감마저 주지만 그늘과 휴식의 공간으로 제공되고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감싸 안으며 지구의 꿈과 희망, 자유, 자연과 인간의 공존 등을 화려한 색상으로 담아내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7월 3주 눈길 끄는 전시회

 

 
이형욱展 - A Piece of
일상의 대상을 과장•왜곡해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는 작가 이형욱의 개인전이 7월 19일부터 8월 16일까지 갤러리 조선에서 열린다. 이형욱은 평범한 일상 속의 대상들이 갖고 있는 물리적 속성을 변형•왜곡하는 시각적 방법을 통해 인간의 관념이 지닌 절대성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09년 이후 3년 만에 갖는 그의 네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 이형욱은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보여준다.




두산갤러리 서울 재개관展

두산갤러리가 재개관 기념 전시 ‘RE-OPENING DOOSAN GALLERY SEOUL’展을 7월 18일부터 8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레지던시 뉴욕에 입주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권오상, 김기라, 김인배, 김인숙, 민성식, 박윤영, 백승우, 성낙희, 이동욱, 이주요, 이형구, 정수진, 최우람, 홍경택 등 14명의 작가는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human3k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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