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 살펴보니 …

▲ 전통시장에 간판을 달아준다고 활력이 감도는 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하철 9호선 라인엔 ‘공항시장역’이 있다. 김포공항 주변의 히트상품이 ‘시장’이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대형마트가 둥지를 틀면서 죽어갔다. 정책은 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시장은 뿔뿔이 흩어졌다. 공항시장역이라는 간판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 사례를 찾아봤다.

서울에 있는 전철역 중에서 시장 이름을 따서 지은 전철역은 ‘공항시장역(9호선)’ ‘영등포시장역(5호선)’ ‘가락시장역(3호선)’ 등 3곳이다. 시장이 지역 명소라서 전철역 이름을 그렇게 지었겠지만 ‘공항시장역’의 시장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렇다면 해외에는 역이름을 딴 시장이 있을까. 아쉽지만 그런 사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역사 주변에 시장이 둥지를 튼 곳은 상당히 많다.

# 도쿄 아메요코시장 | 흥정의 비밀 = 아메요코 시장은 일본 도쿄 JR우에노역~오카치마치역 철로변을 따라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도쿄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통시장이기 때문인지 이 시장은 현대화되지 않았다. 지붕이 없고, 일부 상점은 난전까지 펴놓고 장사를 한다. 그럼에도 하루 평균 10만명, 성수기에는 50만명까지 이곳을 찾는다. 그중 30% 이상이 도쿄가 아닌 다른 지역(일본 기준), 외국에서 찾아온 관광객이다.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첫째는 ‘독특함’이다. 이 시장에선 가격을 흥정할 수 있다. 대부분 정가正價로 판매되는 일본 상점과 달리 이곳에선 고객과 가격을 흥정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 그래서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품목도 인기 요인이다. 신발, 골프채, 생선, 건어물, 김, 먹을거리, 옷, 약국, 액세서리 등 다양하다.

# 가나자와시 오미초 시장 | 시장+문화= 일본 중부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중심부에 있는 오미초 전통시장은 가나자와역 근처에 있다. 2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으로 185개의 시장 점포에선 수산물과 농산물을 판다. 이곳은 일본 전통시장의 아케이드 방식을 탈피해 3층짜리 건물로 다시 탄생했다. 1층에는 전통시장, 2층에는 푸드코트, 3층에는 문화센터인 ‘교류프라자’를 설치했다.

이곳에선 시민과 학생을 위한 각종 강좌가 열리고, 강의실 옆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가 있다. 젊은 소비자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교류플라자를 만든 것이다. 3층 일부와 4층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미초 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하루 평균 1만5000명이 방문한다. 시장에 문화를 접목한 독특한 발상이 이 시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 런던 해로 시장 | 라이프스타일에 적응=영국 런던 북서지역에 있는 해로(Harrow) 시장은 런던 지하철 해로역 근처에 있다. 이 시장은 지역 주민의 ‘장보기 시간’을 고려해 운영시간의 초점을 ‘저녁’으로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고, 성공으로 이어졌다. 늦은 퇴근으로 인해 장보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맞벌이 부부는 더 늦은 밤에 시장에 온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 셈이다.

사실 해외 유명 도시에 시장이름을 딴 전철역은 거의 없다. 사실 전철역에 시장 이름을 넣는다고 시장에 활력이 감도는 것도 아니다. 그 지역의 특색을 십분 살린 ‘온리원(only one) 마켓’으로 거듭나야 소비자가 찾아와 지갑을 연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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