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파손된 장애인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는 방법

▲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사기업도 장애인 의무고용 규정을 두고 있다.[사진=뉴시스]
근로자가 업무 중 신체에 사고를 당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 중 의족이 파손됐다면 어떨까. 근로자와 근로복지공단의 갑론을박에 대법원이 종지부를 찍었다.

A씨는 1995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 위 다리를 절단했다. 하지만 그는 의족義足을 착용한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09년경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그런데 2010년 12월, 아파트 단지에서 눈을 치우다가 넘어져 의족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업무상 재해를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의족 파손은 요양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요양급여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이 내용은 업무상 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다.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말한다. 요양급여의 대상은 근로자다. 회사의 사장은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다. 요건은 업무상의 재해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일용직 근로자가 못에 찔려 부상을 당했다면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사례를 보자. A씨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로자다.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은 아파트 경비원으로서의 업무에 포함된다. 문제는 의족의 파손을 ‘부상’으로 볼 수 있느냐다. 흔히 부상의 전제는 신체이기 때문이다.

A씨 측은 의족이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사실상 대체하고 있으므로 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의 의학기술 수준으론 의족을 탈부착할 수밖에 없다. 수면시간 등을 제외하곤 의족을 착용한 상태로 생활을 한다. 따라서 의족은 기능적ㆍ물리적으로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대체한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근로복지공단의 논거는 다르다. 부상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이기 때문에 의족의 파손은 부상의 범위에 포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의족은 탈부착이 쉽고, 신체의 기능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므로 신체의 일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의족을 신체의 일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씨의 패소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장애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인 신체를 반드시 생리적인 신체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 둘째,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을 경우 장애인 근로자의 보상과 재활에 상당한 공백을 초래한다. 셋째, 신체 탈부착 여부를 기준으로 요양급여 대상을 가르는 건은 합리적이지 않다. 넷째,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한다면 사업자의 의족 착용 장애인의 고용을 소극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결국 대법원의 결정은 이렇다. “의족은 단순히 신체를 보조하는 기구가 아니다.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기능적ㆍ물리적ㆍ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장치다.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이 파손된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에 포함된다.” A씨는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요양급여를 지급받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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