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➍ 「멍청한 소비자들」 저자 범상규 교수
✚ 책 제목이 도발적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 소비자는 많은 정보를 접하는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무의식으로 내리는 결정 가운데에는 비합리적 사례가 많습니다. 단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헛똑똑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좀 더 냉철하게 돌아보자는 취지의 반어적 표현입니다.”
✚ 소비패턴을 9가지로 설정했습니다. 기준은 무엇인가요?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넘어 사회·문화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을 9가지 소비패턴으로 설정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사회·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게 논지입니다.” 범상규 교수가 설정한 소비패턴은 루머, 명품, 결핍, 공짜, 고독, 중독, 에코, 공간, 미래 등 9가지다.
✚ ‘루머 소비’가 첫번째 소비패턴인 까닭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정보 유통이 매우 활발합니다. SNS 등을 통해서죠. 그 속에 살아가는 소비자는 당연히 정보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하지만 홍수처럼 몰려오는 정보가 항상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건 아닙니다.”
✚ 그럼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군중심리와 같은 방법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조장하는 경우도 많죠. 특히 악성루머는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루머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가장 먼저 다뤘습니다.”
“현대인에게 소셜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정보전달 매체입니다. 과거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던 정보를 소셜미디어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악성루머나 SNS 중독처럼 부작용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부작용을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가 유인하는 루머소비
범 교수가 제시한 9가지 패턴 중 루머만큼 흥미로운 게 있다. ‘결핍’이다. 그는 소비를 결정하는 변수로 ‘경제적 결핍’과 ‘심리적 결핍’을 뽑아냈다. 경제적 결핍은 ‘소비불가’로 이어진다. 돈이 없으면 소비를 못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결핍은 반대다. ‘쫓김’ ‘감성’ ‘기억’ 등의 결핍을 십분 활용하면 소비를 유인할 수 있다.
예컨대, TV홈쇼핑이 ‘구매까지 30초 남았습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건 ‘쫓김’의 결핍을 소비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복고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옛 감성의 결핍을 지갑을 여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범 교수는 “결핍소비심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대형 유통채널의 유혹에 소비자가 쉽게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패턴은 미래소비입니다. 미래소비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처럼 다음편 영화(콘텐트)가 나오기 전에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쉽게 말해 현재 일어나지도 않는 제품을 미래구입으로 연결하는 소비죠.”
✚ 미래가치를 부추기면 미래소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소비자는 현재에만 만족하지 않습니다. 미래가치를 부추겨 주면 미래소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다림’이라는 시간을 주면 그 가치는 최대치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소비자에게 ‘기다림’을 준다는 건가요? 흥미로운 의견입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아이폰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스마트폰의 기술력은 사실 대동소이합니다. 그래서 ‘다음 버전’의 기대감을 누가 더 많이 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겁니다. 아이폰을 보십시오. 소비자가 아이폰 신작을 얼마나 기다리나요? 그러면서 마니아층이 생기고, 그러면서 소비도 촉진되는 겁니다. ‘기다림의 미학’은 우리가 활용해야 하는 패턴 중 하나입니다.”
✚ 9가지 패턴 중 ‘공간소비’도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간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간소비’는 주목할 만합니다.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연구할 게 많아서죠.”
✚ 하지만 공간소비처럼 ‘소비패턴’만 소개한 것 같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 패턴의 활용방법을 알려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에코·공간·미래소비 등은 중요한 사회·문화적인 소비심리코드입니다. 조만간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인 일반 독자가 피부로 이해하기엔 그 사례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소비패턴을 소개하고 열거하는 데 그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9가지 소비패턴을 일단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회·문화 환경이 소비 결정
✚ 독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타당한 구매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구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은 다음 의식적으로 구매결정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이 사실을 인지한다면 소비를 할 때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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