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➍ 「멍청한 소비자들」 저자 범상규 교수

▲ 「멍청한 소비자들」의 저자 범상규 건국대(경영대) 교수. [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멍청한 소비자들」의 저자 범상규(50) 건국대(경영대) 교수는 소비자의 ‘심리코드’에 주목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비합리적 행동’에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은 심리가 깔려 있다는 거다. 그는 이 심리패턴을 ‘9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범 교수가 제시하는 9가지 심리패턴은 무엇일까.

✚ 책 제목이 도발적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 소비자는 많은 정보를 접하는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무의식으로 내리는 결정 가운데에는 비합리적 사례가 많습니다. 단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헛똑똑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좀 더 냉철하게 돌아보자는 취지의 반어적 표현입니다.”

✚ 소비패턴을 9가지로 설정했습니다. 기준은 무엇인가요?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넘어 사회·문화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을 9가지 소비패턴으로 설정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사회·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게 논지입니다.” 범상규 교수가 설정한 소비패턴은 루머, 명품, 결핍, 공짜, 고독, 중독, 에코, 공간, 미래 등 9가지다.

✚ ‘루머 소비’가 첫번째 소비패턴인 까닭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정보 유통이 매우 활발합니다. SNS 등을 통해서죠. 그 속에 살아가는 소비자는 당연히 정보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하지만 홍수처럼 몰려오는 정보가 항상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건 아닙니다.”

✚ 그럼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군중심리와 같은 방법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조장하는 경우도 많죠. 특히 악성루머는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루머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가장 먼저 다뤘습니다.”

▲ 소비자의 구매결정에는 자신의 생각보다 사회적·문화적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진=뉴시스]
✚ 최근 ‘소셜미디어는 선일까 악일까’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나요?
“현대인에게 소셜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정보전달 매체입니다. 과거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던 정보를 소셜미디어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악성루머나 SNS 중독처럼 부작용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부작용을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가 유인하는 루머소비

범 교수가 제시한 9가지 패턴 중 루머만큼 흥미로운 게 있다. ‘결핍’이다. 그는 소비를 결정하는 변수로 ‘경제적 결핍’과 ‘심리적 결핍’을 뽑아냈다. 경제적 결핍은 ‘소비불가’로 이어진다. 돈이 없으면 소비를 못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결핍은 반대다. ‘쫓김’ ‘감성’ ‘기억’ 등의 결핍을 십분 활용하면 소비를 유인할 수 있다.

예컨대, TV홈쇼핑이 ‘구매까지 30초 남았습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건 ‘쫓김’의 결핍을 소비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복고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옛 감성의 결핍을 지갑을 여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범 교수는 “결핍소비심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대형 유통채널의 유혹에 소비자가 쉽게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 9가지 소비패턴 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가장 큰 패턴은 미래소비입니다. 미래소비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처럼 다음편 영화(콘텐트)가 나오기 전에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쉽게 말해 현재 일어나지도 않는 제품을 미래구입으로 연결하는 소비죠.”

✚ 미래가치를 부추기면 미래소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소비자는 현재에만 만족하지 않습니다. 미래가치를 부추겨 주면 미래소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다림’이라는 시간을 주면 그 가치는 최대치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소비자에게 ‘기다림’을 준다는 건가요? 흥미로운 의견입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아이폰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스마트폰의 기술력은 사실 대동소이합니다. 그래서 ‘다음 버전’의 기대감을 누가 더 많이 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겁니다. 아이폰을 보십시오. 소비자가 아이폰 신작을 얼마나 기다리나요? 그러면서 마니아층이 생기고, 그러면서 소비도 촉진되는 겁니다. ‘기다림의 미학’은 우리가 활용해야 하는 패턴 중 하나입니다.”

✚ 9가지 패턴 중 ‘공간소비’도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간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간소비’는 주목할 만합니다.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연구할 게 많아서죠.”

✚ 하지만 공간소비처럼 ‘소비패턴’만 소개한 것 같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 패턴의 활용방법을 알려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에코·공간·미래소비 등은 중요한 사회·문화적인 소비심리코드입니다. 조만간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인 일반 독자가 피부로 이해하기엔 그 사례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소비패턴을 소개하고 열거하는 데 그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9가지 소비패턴을 일단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회·문화 환경이 소비 결정

✚ 독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타당한 구매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구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은 다음 의식적으로 구매결정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이 사실을 인지한다면 소비를 할 때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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